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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맛 뮤지컬 레드북을 보고

moraeal 2021. 7. 23. 10:00

 

 

빨간맛 뮤지컬 레드북을 보고

차지연,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2층 중블 4열

*스포주의*

 

 

 

 

 

 

 

1. 계기

 

레드북 개막 소식을 들었을 때는 7월에 갈 계획이었다. 근데 일부 공연의 특정 좌석을 할인했고 거기다 포토카드도 증정했다. 마침 시간도 비겠다, 할인과 포토 카드도 혹하겠다, 어차피 볼 공연 조금 일찍, 할인도 받고 포토카드도 받고 보자 싶어서 예매를 했다. 차지연, 김국희 배우는 꼭 보고 싶었고, 차안나와 송원근 브라운이 케미가 잘 맞을 것 같아 그 배우들의 회차로 선택했다. 웬만하면 커튼콜 데이도 맞춰가고 싶었는데 표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그 이후로 갔다.

 

 

 

2. 공연장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입구가 떡하니 있는데 그걸 못 찾아서 좀 헤맸다. 

 

 

 

3. 캐스팅

 

차지연, 송원근, 조풍래, 김국희, 김대중, 안창용

허순미, 김연진, 이다정

앙상블 박세훈, 이경윤, 김지호, 강동우, 김혜미

 

 

 

4. 공연 전

 

위키드로 예매처 별로 티켓 봉투와 티켓 디자인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키드 같은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아서 레드북은 예매하기 전에 티켓 디자인을 찾아봤다. 레드북 인스타그램에서 디자인을 볼 수 있었다. 사실 티켓 디자인은 비슷했는데 티켓 봉투에서 예매처가 결정났다. 인터파크는 흰 봉투였고 티켓링크는 티켓 봉투에도 디자인이 되어 있어서 티켓링크에서 예매를 했다. 

 

 1층에 세트로 꾸며진 포토존, 2층에 티켓 부스, 3층에 캐스팅 보드와 MD 부스, 좌석 1층 출입구가 있다. 4층에는 좌석 2층 출입구가 있고 작게 캐스팅 보드가 있다. 나는 일찍 와서 여유롭게 티켓 수령하고 1층에서 사진 찍고 3층으로 가서 널널하게 캐스팅 보드를 찍었다. 그리고 계속 3층에 있었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3층 캐스팅 보드는 줄을 서서 찍었다. 그 층에 MD 부스도 있고 1층 좌석 입장도 해서 많이 붐볐다.

 

살 MD 정해놨는데 하필 내가 볼 때 싹 다 품절이었다. 프로그램북이라도 살까했는데 프로그램북도 준비 중이었다. 재관람하라는 계시인가.

 

 

 

5. 공연 후기

 

여자는 불완전한 존재, 남자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라고 여겨지던 시대. 여자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던 시대. 여혐이 완연하던 시대. 그 속에서 시대가 허락하지 않는 여성의 욕망을 쓰는 여자 안나. 시대에 굴복하지 않고 금지 시 되던 소설을 쓰는 사람인만큼 안나는 빨간 맛이다. 빻은 말을 듣지만 (어쩜 현재도 별 다를 게 없는지ㅎ;,) 안나가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해서, 더 잘해줘서, 필요하다면 응징까지 해줘서 통쾌했다. 시대를 불문하고 본받아야 할 여성이다. 증말로.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은 안나가 출판법 위반으로 법정에 서기 전 자신의 신념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넘버다. 여기서 '티 없이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라는 가사가 있다. 스스로를 새까만 얼룩, 오점, 지워져야 할 것이라고 표현한다.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스스로를 그렇게 말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사회에 화가 났다. 고작 여성의 욕망을 글로 쓴 것 뿐인데 안나를 무슨 살인 같은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 마냥 취급하냐고. 이런 상황에서 거짓말로 죄를 피할 수도 있었지만 안나는 끝까지 작가로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로 한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데 어떻게 응원을 안 할 수가 있냐구요. 안나 평생 행복해야 돼...

>>> 최근 '일반적으로 맑음을 긍정적으로, 얼룩을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나나말에서는 반어적으로 사용하여 그 시대와 안나를 표현했다.'고 한 해석을 봤는데, 납득이 갔다. 그 맑은 시대는 여성 욕망을 억압하고 얼룩은 여성 해방에 앞장서는데 더이상 맑음이 긍정이며 얼룩이 부정일 수 있을까. 다만 청자가 그렇게 느낄 뿐이지, 안나가 의도적으로 반어법을 써서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브라운은 신사임에 도취된 인물이다. 자의식 과잉이고 하찮다. 맨스플레인에 무슨 일이든 여자 탓을 하길래 '어휴 영남인가', '재수없는데 안나랑 저런 애랑 왜 이어지지'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뭐 나중에라도 정신 차려서 다행이다. 처음에 브라운이 메뚜기처럼 뛰다가 자빠졌는데 능청스럽게 일어났다. 하찮고 웃겼다.

로렐라이는 남성인데 여자 행세를 한다. 실제 여성의 삶에는 관심이 없지만, 일단 자기를 여자라고 주장하면서, 자기들 관념 속의 여성 상을 따라하는 트젠과는 다르긴한데... 암튼 엄청 불편하지도 않았지만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드레스는 잘 어울리더라.

 

차안나 초반에는 목소리 갈라지는 것 같아서 불안했으나 역시 차지연은 차지연. 갈수록 좋아졌다. 차안나는 맑고 당차면서 단단하다. 책 쓰겠다고 할 때, 책을 인정받을 때 정말 반짝반짝 빛나보였다. 다른 넘버도 좋았지만 역시 하이라이트는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이다. 현장에서 듣는건 다르더만유... 성량도 성량이지만 감정이 최고된다... 감정이 북받쳤는지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 더 몰입해서 봤다.

 

안나와 브라운 뿐만 아니라 배우들끼리 케미가 좋았다. 보통 배우가 경력이 있으면 성숙하고 능숙하게 보이는데 차지연, 송원근의 안나와 브라운은 순수하게 다가왔다. 차안나와 국희 도로시 관계도 기억에 남는다. 끝까지 토토를 진짜 아들처럼 대해주는 안나와 안나를 응원하는 도로시. 김국희 배우는 특유의 저음이 너무 좋다. 믿고 간 만큼 잘했다. 조풍래 배우도 로렐라이 역을 찰지게 소화했다.

 

극 분위기는 밝은 편이다. 넘버도 밝고 유쾌한 부분도 있다. 사마귀씬도 그렇고, 로렐라이 언덕 회원들도 그렇고, 신사 친구들도 감초 역할 제대로 한다. 자칫하면 외설이 될 수도 있고,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겁게 다뤄질 수 있는데 중심을 잘 잡은 듯하다.

 

넘버가 귀에 쫙 붙는다. 네이버 TV에 온라인 쇼케이스 한 거 있으니까 들어보세요 다들. 링크까지 걸어놨으니까 꼭 보세요.

 

뮤지컬 레드북 온라인 쇼케이스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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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지지직 소리 몇번 나서 음향 사고나는 줄 알고 불안했는데 별 문제는 없었다.

 

2층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4열이었는데 2층 벽이 무대 앞 부분이 아주 조금 가렸다. 동선이 안 보일만큼은 아니어서 극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다. 

 

 

레드북은 빅토리아 시대의 이야기지만 현재와도 맞닿아있다. 그래도 수 많은 안나들 덕분에 더 나은 날이 오지 않았나 싶다. 세상의 모든 안나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