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덜리 저택의 초대, 뮤지컬 레베카를 보고(신댄, 3층 오블 8열)
맨덜리 저택의 초대
뮤지컬 레베카를 보고
신댄, 충무아트센터 3층 오블 8열 후기
*과몰입 주의*
*스포 주의*
1. 계기
몇 년 전 유튜브에서 이 영상을 접하고, 언젠가는 꼭 맨덜리 저택에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영상만 봤을 때는 옥주현의 댄버스가 궁금했는데, 현장에서 신영숙의 레베카를 듣고 깨달았다. 이건 고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둘 다 봐야겠다고 마음이 바뀌었다. 작년은 코로나 때문에 포기하고 다음 초대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일찍인 올해 맨덜리 저택이 외부인에게 문을 열었다. 다행히 두 사람이 댄버스 부인 자리를 계속 지켜줬다. 방문할 시기를 간 보고 있었는데 마침 할인을 받아서 맨덜리에 갈 수 있었다. 비록 3층이지만. 우리는 신영숙 댄버스 부인의 초대장을 받았다.
2. 맨덜리 저택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3. 맨덜리 저택의 사람들
신영숙 박지연 에녹
최민철 김지선 류수화 문성혁
임정모 김지욱 김용수
앙상블
4. 맨덜리 저택에 가기 위한 준비
우리가 할 일은 티켓 수령, md 구매, 포토존 촬영, 캐스팅 보드 촬영, 오페라글라스 수령이었다.
우선 md 구매부터 했다. 품절이 두렵기도 했고 2층에 올라가서 바로 오른쪽을 보면 md 부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md 구매할 때 예매 내역을 확인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티켓 수령 전이라 예매 내역을 보여줬다. 프로그램북, 대본집, 뱃지a를 구매했다. 각 12,000원, 12,000원, 9,000원이었다. 살 걸 정해놓고 와서 고민은 별로 안 했다. 뱃지는 md치고는 가격대가 있었는데, 가격에 비해 디자인에 신경을 안 쓴 듯했다. 둘의 갈등이 최고조가 되는 장면인데 무척 로맨틱하게 표현이 되었다. 일행이랑 '우리 몰래 연애하냐 둘의 기류가 이상하다'는 말을 했을 정도니까.
md 구매 후 티켓을 수령했다. 할인 증빙 서류를 확인하고 티켓을 수령할 수 있었다. 그 정도 할인율이 아니었으면 그 자리 안 갔을 것이다.
맨덜리 저택의 테라스가 포토존으로 꾸며져 있었다. 보라색과 어두운 회색 때문에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배가 된다.
오페라 글라스는 충무아트센터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으로만 대여할 수 있다. 공연 2시간까지 예약이 가능하고 비용은 4,000원이다. 공연장 가는 길에 알아서 부랴부랴 사전 예약을 했다.
5. 맨덜리 저택에 다녀와서
재미있는 극인 건 확실하지만 이야기에 푹 빠져서 보지는 못 했다. 긴장감, 서스펜스가 관건인 극인데 이미 히치콕의 영화를 봐서 내용을 다 알았기 때문이다. 내러티브에서 오는 긴장감은 떨어졌지만 인물, 연기에서 부족한 긴장감이 충족되었다.
댄버스 부인은 자신만이 사람을 하찮게 여기던 레베카에게 특별한 존재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레베카에게 무서울 정도로 집착한다. 레베카에게 맹목적이다. 그런 만큼 자신의 믿음이 깨졌을 때 충격이 크겠지. 배신감, 충격, 좌절감에 산산조각 난 댄버스 부인은 그동안 레베카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게 소중히 관리한 맨덜리조차 불태워버렸다.
그 광기 어린 댄버스 부인을 신영숙 배우가 너무 잘 표현해줬다. 영원한 생명과 레베카 act2은 광기 그 자체... 사실 모든 부분이 그렇지만. 표효하고 희번득하게 눈을 뜨는데 내가 다 쫄았다. 댄버스 부인은 극에서의 영향력에 비해 분량이 적다. 그 짧은 시간에 그만한 존재감을 내뿜다니. 연기력이 미쳤다. 극의 등장 인물을 지배하는 인물이 레베카라면 극을 좌지우지하는 건 댄버스 부인이다.
이히도 안정적이었다. 기존 이히들 보다 낮은 목소리를 가졌다. 1막에서는 어리숙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어색한 모습을 보이지만 2막에서 어떤 계기로 각성한 후로는 침착하고 고고해진다. 갑작스럽게 큰 변화가 있었지만 변화하기 전후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특히 2막 레베카 act 2가 인상 깊었다. 워낙 유명한 넘버고 갈등의 정점에서 부르는 넘버라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지만, 그것보다는 기존의 이히들처럼 목소리가 까랑까랑하지는 않아서 새로운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밀리지 않으면서 표정이나 행동을 통해 이히가 느끼는 공포감은 잘 전달됐다. 이히에게 이렇게 집중한 적은 처음이었다. 일행은 정반대 감상을 남겼다. 이히가 불안정하고 레베카 act 2에서 밀린다고 느꼈다고 한다. 사람마다 감상이 이렇게 다르다니. 나는 막심이 아쉬웠다. 과하게 고압적이었고 절규할 때 어색했다. 그래도 그나마 이 막심이 이히들과 나이 차가 적게 나 보여서 몰입은 됐다.
언제 봐도 막심은 고압적이다. 부부지만 이히를 동등한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말투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막심은 이히에게 반말을 하고 이히는 막심에게 존댓말을 한다. 나이 차이나 원작이 쓰인 시대, 극 중 시대를 고려해도 별로인 점은 별로다.
사람들은 이히가 무슨 행동을 하건 레베카를 찾는다. 행동 하나하나를 레베카와 비교하고 못 살게 군다. 남편 하나 믿고 아는 이 하나 없는 맨덜리 저택까지 왔는데 정작 그 남편은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화만 버럭 낸다. 나 같으면 진작에 그 집안 탈출했다.
영화와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있었다. 대사로 상황과 심리를 설명하는 점은 비슷하다. 다른 점은 베아드리체와 호퍼 부인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베아트리체는 영화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 뮤지컬에서는 동생 막심을 걱정하는 역할로 꽤 자주 등장한다. 솔로 넘버도 있어서 놀랐다. 호퍼 부인도 영화에서는 호텔 몬테카를로에서만 나오고 그 후에는 모습을 볼 수 없는데 뮤지컬에서는 이히가 가장무도회에 초대해서 재등장하고 솔로 넘버까지 부른다.
근데 캐스팅 보드에 막심이 뭔데 제일 앞에 있는지... 이히 시점으로 흘러가니까 이히가 제일 먼저 오거나 중심인물인 댄버스 부인이 먼저 와야 하는 상황 아닌지. 갈등도 이 인물들 위주로 흘러가는데. 의문이 들었다.
대극장 극인데 소품이나 무대장치에서 오는 웅장함이 없었다. 이히의 드레스도 더 세련되었으면 좋았을 듯하다.
이 회차 음감이 김문정이었다. 어쩐지 오케가 거슬리지도 않았고 배우랑 합이 잘 맞다 싶었다.
좌석이 3층 8열 오블 사이드였는데 2층 난간을 쓰는 장면에서 배우들 얼굴이 다 가렸다.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배우 표정이 안 보여서 너무 아쉬웠다. 그거 말고는 나름 시야가 괜찮았다. 오페라글라스가 있어서 그런가. 사이드라고 해서 극단적으로 안 보이는 극장은 아니었다. 3층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자칫 잘못하면 굴러 떨어질 것 같다. 충무아트센터도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좌석 별 시야는 충무아트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도 지방 공연 꼭 해줬으면 좋겠다. 댄버스 부인 별로 적어도 한 번 씩은 볼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