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베카 자둘 후기
뮤지컬 레베카 진주
옥주현 이지혜 민영기
경남문화예술회관 왼블 2열
자둘, 튕긴 부분 있음
어느 날처럼 뮤지컬 넘버를 랜덤 재생하다가 이지혜 배우의 무대를 보게 되었다. 많은 영상 중에서도 안나 카레니나의 oh my love와 레베카의 어젯밤 꿈속 맨덜리를 한동안 반복 재생했는데, 문득 실제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레베카 진주공을 앞두고 있었고 노할인에 MR 공연에 가본 적 없는 지역이지만 졔나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진주공을 예매했다.
진주 공연은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했는데 처음 가보는 공연장이었다. 생각보다 큰 공연장이었다.
우선 티켓 찾고 캐스팅 보드를 찍으려고 찾아다녔는데 암만 찾아도 캐스팅 보드가 안 보였다. 어셔한테 물어봤는데 캐스팅 보드가 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당황해서 출연진이 적힌 판이라고 했는데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서 캐스팅 보드가 없는 줄 알았다. 돌아오는 길에 다른 사람 후기 보니까 있긴했더라. 그냥 내가 못 찾은 거였다; 엠디도 판매했는데 2차 프로그램 북, 대본집, 벳지 1종류 등 몇 가지 없었다. 이미 필요한 건 서울공에서 사서 엠디 구매는 패스했다. 포토존도 건너 뛰고 일찌감지 공연장에 들어왔다.
지방 공연, 특히 광역시도 아닌 지역이다보니 공연장 좌석 정보가 별로 없었다. 구글링을 해봤는데도 감이 안 잡혀서 일단 전진해서 1층 2열 왼블에 갔다. 충무 때는 3층이었는데 진짜 좌석 선택 한번 극단적이다. 무대가 꽤 높았다. 2열에 앉으니까 딱 눈 높이에 무대 바닥이 있었다. 신발 보기 딱 좋았다. 시야는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맨덜리 저택의 계단 일부와 그림이 짤려서 보였고 그 외에는 가려지는 부분이 없었다. 그리고 벽에 붙는 자리가 아니었음에도 오른쪽의 무대와 연결되는 부분이 보였다. 앞에 OP석이 있어서 그런가 예상보다 무대와 멀었다. 또 무대가 깊어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잘 안 보였다. 이건 내가 눈이 많이 나빠서 그런 걸 수도. 암튼 배우들이 오른쪽으로 가면 오글 들고 싶었다.
왼쪽 스피커 앞이라 왼쪽 귀가 터지는 줄 알았다. 음향도 나쁘지는 않았는데 맨덜리 저택 파티에서 반 호퍼 부인 넘버에서는 가사를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다른 부분은 깔끔하게 잘 들렸다. 앙상블이 웅장한데도 또렷하게 들려서 너무 좋았다. MR이라 박자가 조금만 밀려도 티가 났다. 현장감이 떨어져서 아쉬웠다. 다음에는 할인에 오케 꼬옥 와주면 되,,
보통 자둘 매직이라고, 두번째 볼 때 극이 더 재밌다고 하던데 나는 왜 이렇게 집중이 안 됐는지 모르겠다. 자첫 때도 그때도 엄청 빠져서 보지는 못했으니까 자둘이 문제가 아닐 수도...그래도 기억을 떠올려서 후기를 써보자면.
나는 왜 자둘에서 첫 넘버가 들리면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어젯밤 꿈 속 맨덜리 첫소절을 듣는데 벅차오르는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닌데 울컥했다. 졔 음색이 너무 맑고 깨끗해서 그런가. 어젯밤 꿈 속 맨덜리는 나이 든 '나'가 젊었던 시절의 맨덜리를 회상하며 부르는 넘버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이 든 목소리로 시작했다가 끝에 젊은 목소리로 변화를 주면서 현재에서 과거로 넘어감을 표현하는데, 나이 든 '나'로 노래를 부르는데 성숙함을 가지면서도 음색이 너무 청아해서 헉했다. 젊은 목소리와 별 차이 없을 것 같았는데 확실히 톤이 높아지고 더 맑았다. 졔에 한껏 집중해서 보고 있는데 맨덜리가 그려지는 막 뒤로 움직임이 보였다. 댄버스가 맨덜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아니 여러분들아, 왜 프롤로그 부를 때 막 뒤에서 댄버스 지나다니는 거 안 알려줬어. 막 위로 맨덜리가 그려지고 그 안에 댄버스가 있어서 '나'가 기억하는 그 시절 맨덜리, '나'의 머리 속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초반에 '나'와 막심 러브 스토리는 드르렁이라... 기억이 별로 안난다. 졔나가 반 호퍼 부인 가방이 가방에 넣어둔 숟가락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귀여웠다.
옥댄 기백이 장난 아니었다. '나'와 처음 대면하기 직전, 새 안주인 미세스 드 윈터를 부를 때, 2층에서 도대체 무얼 바라고~하는데 그 순간부터 쫄았다.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가 살아있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새 주인으로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 레베카를 드 윈터 부인이라고 지칭하며 절대 '나'를 드 윈터 부인으로 부르지 않는다. 극이 진행될수록 옥댄은 레베카에게 주인과 사용인 간 통상적으로 가지는 감정 그 이상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옥댄은 레베카를 사랑한다. 이걸 레베카 act1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넘버를 부르며 레베카 잠옷을 품에 안는데 너무 소중해서 함부로 만질 수도 없다는 듯이 다룬다. 떠는 것도 같았다. 신댄이 맹목적인 충정심이라면 옥댄은 사랑과 집착이다. 레베카와 침대에 누워 남자를 평가했다는 얘기를 할 때도, 신댄은 특별한 사람과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 자신만이 레베카의 본 모습을 알고 있다는 우월감과 남자들의 멍청함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고, 옥댄은 레베카가 자신에게는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고 남자들과 달리 레베카와 감정적인 교류를 했다는 듯이 표현했다. 연기 노선은 둘 다 좋았다.
초반의 졔나는 자기보다 과분한 사람과 결혼했다고 생각하는 게 커 보였다. 게다가 사용인이었으니까 드 윈터 부인이라는 자리도 어색해 한다. 하인에게도 저자세에, 쫄아있고, 휘둘리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막심을 위해 각성한 후에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부드럽지만 도도하고 말투도 단호해졌다. 강철 멘탈이 됐다. 자신이 드 윈터 부인임을 부정하는 댄버스 부인 앞에서도 드 윈터 부인은 나야!라고 외칠만큼 기존쎄가 된다. 목소리도 떨리지 않는다. 사실 급작스러운 변화가 이해가 안된다 싶다가도 졔나가 막심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면 변화가 납득이 간다. 사랑해 마지 않는 막심이 레베카 때문에 고통받는 사실을 아니까 그를 지키기 위해 단단해진 것이다.
민막심은 다른 막심보다 조금 유쾌하나 음...역시 강압적이다. 어디 소리를 질러. 나쁜 기억이 있으면 '나'에게 설명을 해주던가. 말도 안 하는데 '나'가 어떻게 알고 행동하냐고. 레베카의 기억 때문에 힘들다면 윽박지르는 것보다 벌벌 떠는 게 말이 되지 않나. 민막심은 영상으로만 접해서 궁금했는데...음 거하게 튕겼다. 녹은 연기 노선이 안 맞았다면 민은 노래, 연기 둘 다 안 맞았다. 특히 칼날같은 그 미소는 듣다가 기함을 했다. 2022년에 'ㄱㄹ같은 ㄴ'이라뇨. 기억에 없는 대사라 순간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었다. 자첫 후기에도 없던 대사여서 주위에 물어보니까 다른 막심 배우들도 다 하는데 몇은 공연마다 '더러운', '개같은', 'ㄱㄹ같은'을 바꿔가며 쓰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자첫 때 저 대사를 피해서 그나마 수위가 낮은 대사를 들었던 거고. 이런 대사를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굳이 그런 단어를 선택해야 했을까. '가증스러워!'나 '날 기만했어.' 등 다른 표현도 충분히 있는데. 그리고 내년이 10주년인데 그동안 수정이 안 되었다는 점도 놀랍다. 게다가 8세 이상 관람가 극인데 이런 대사가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꽤 많은 보호자와 아이들이 관극하러 왔던데 애 데려온 보호자들 식껍했을 듯. 아무튼 이때부터 몰입이 다 깨져서 집중을 하나도 못했다. 내가 이런 소리 들으려고 돈 들여서 새벽부터 쌔 빠지게 여기까지 왔나 후회가 밀려왔다. 이 대사 수정 안하면 다시는 볼 일 없을 것 같다. 내가 돈 내고 여자한테 이런 얘기하는 극을 왜 봐요;
자첫 후기에서 "대극장 극인데 소품이나 무대장치에서 오는 웅장함이 없었다. 이히의 드레스도 더 세련되었으면 좋았을 듯하다"고 했는데 취소. 왜 그런 얘기한지 모르겠다. 자본 냄새가 이렇게 나는데. 좌석이 멀어서 그랬나. 세트 돌아가는데 새삼 규모에 감탄했다. 대극장미 낭낭했다.
마지막으로 관크. 보통 어셔들이 입장하는 내내 사진 촬영 금지, 휴대폰 전원 끄기 등 기본적인 주의사항을 안내하는데 여기는 어셔들이 따로 안내를 하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걱정이 됐는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나'가 프랭크에게 레베카에 대해 묻는 장면에서 바로 뒤에서 알람소리가 크게 울렸다. 왼블 앞에서 진행되는 조용한 장면이라 배우들도 들었을 듯...그리고도 폰을 안 껐는지 한번 더 울렸다. 그전에도 한번 울렸으니까 총 세번 울린 거지.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더 신경이 쓰였다. 전체적으로 쉽지 않은 관극이었다.
아무튼 레베카 자둘이자 자막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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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상블. 앙상블 합이 미쳤다. 한 목소리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