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지 자첫 후기
뮤지컬 리지
자첫 후기
이소정, 여은, 유연정, 최현선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1층 3열 중블
시야
3열 정말 코앞이다. 오피석도, 피트도 없어서 생각보다 더더 가깝다. 그래서 1, 2열은 목 아플 것 같고 3열이 무대 위 배우와 눈 높이가 맞았다. 2층 무대 활용해서 조금 뒷자리도 괜찮을 것 같았다. 외국 원작자는 6~7열에 앉은 걸 보니 그쪽이 전체적으로 감상하기 좋은 것 같다. 연강홀은 처음이었는데 의자도 푹신하고 좌석 간 거리도 짱 넓었다. 진심 앞에 사람 지나가도 별로 힘들지 않고 구겨 앉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편했다. 전날 홍아센은 좌석 간 거리가 좁아서 힘들었는데.
미쳤다.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는 이것밖에 없었다. 그냥 미쳤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진심 하루종일 리지 생각밖에 안 나고... 도파민 폭발해서 밤에 잠도 안 왔다. 락을 사랑하고 여성극은 더 사랑하는 사람인데 둘이 곱해졌다? 이건 내 심장이 안 뛸 수가 없다 싶어서 자첫하기 전에 냅다 자둘 표를 양도받았는데, 그런 결정을 내린 스스로를 껴안아주고 칭찬해주고 싶었다.
스토리
간략하게 말하자면 애비인 앤드류 보든과 계모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던 리지가 다 때려부수는 이야기.
리지 보든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리지 보든 사건은 19세기 미국에 살던 리지 보든은 아빠와 계모를 도끼로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서지만 무죄를 선고 받은 일이다. 실제 사건에 영감을 받았기에 큰 흐름은 비슷하지만 리지와 앨리스의 로맨스 등 각색된 부분이 있다.
후기
자첫이라서 극 따라가는 데 급급해서 디테일은 거의 못봤다.
1막은 리지가 살인을 하게 된 배경과, 리지와 앨리스의 관계를 보여준다.
보든 가를 전반적으로 설명하는 '보든 가'에서 여엠만 치마 잡고 힘 빡 주고 춰서 눈길이 자꾸 그쪽으로 갔다. 그때부터 여엠 나오면 여엠만 본 듯. 눈 돌아있는 모습만 봐도 장녀임.
쩡맂은 시작부터 불안해 보였다. '사랑 아냐'에서는 벌벌 떨었고, '여기서 벗어나야 해'에서는 눈이 뒤집혔다. 집구석 때문에 미쳐버리고 만성적으로 불안하고 예민한 리지였다. 그 갑갑한 심정이 너무 이해가 돼서 숨이 턱 막혔다.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감정적인 사람은 충분히 트리거 눌릴 것 같았다.
'섀터케인과 벨벳 그라스'는 자첫하기 전에도 엄청 듣던 넘버였는데 현장은 더 좋았다. 현블이 아쌈~씰론~하고 얇게 빼는데 쫜득했다. 쩡리지가 트레이 위에 놓인 찻잔을 향해 손을 뻗을 때 그의 손은 눈에 띌 정도로 벌벌 떨렸다. 차 향을 맡고는 온 몸에 경련이 온 듯 떠는데, 차에 약을 탔던 걸까.
'있어줄래'는 앨리스가 불안정한 리지에게 떠나지말고 내 곁에 있어달라고 부탁하는 넘버인데 초반에는 절절하고 애절하게 있어줄래~하는데 후반에는 락으로 변조되었다. 연앨 순식간에 락 발성으로 바뀌는데 예상보다 잘해서 놀랬다. 근데 애정씬이 생각보다 건전했다. 안무처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다른 극에 비하면 노골적이지만... 그래서일까. 사랑이라기보다는 리지가 힘들고 의지할 곳이 필요하니까 앨리스의 마음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앤드류 보든은 결국 리지가 소중하게 여기던 것을 파괴시킨다. '머리가 왜 없어'는 그 때문에 분노에 휩싸인 리지가 부르는 넘버다. 사실 나는 이 넘버가 리지가 도끼로 애비와 계모의 목을 따면서 부르는 넘버인 줄 알았다... 아니라서 꽤 당황했다.
쌓이고 쌓인 리지는 결국 앤드류와 계모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때 부르는 넘버가 '썸바디'. 브릿짓이 die를 고음으로 지르는데 새엄마와 개비가 죽으면서 내지르는 비명 같았다.
2막에서는 살인 후 리지가 어떻게 무죄 판결을 받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살인을 저지른 리지는 법정에 서게 된다. 엠마, 브릿짓은 리지가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돕지만 앨리스는 영 찝찝하다. 리지가 '해줄래'를 부르며 앨리스가 '있어줄래'를 부를 때 했던 행동을 그대로 앨리스에게 하는데 앨리스가 거부한다. 리지는 살인 후 앨리스의 감정을 이용해 무죄를 받으려고 하고, 앨리스는 리지의 행동이 달콤하지만 사랑이 아님을 알아서 거부하는 것처럼 보였다.
개인적으로 쩡리지는 2막이 더 잘 어울렸다. 파워풀한 목소리와 톤, 연기가 불안정하고 흔들리고 힘든 1막보다는 다 집어던진 후인 2막이 훨씬 잘 맞아보였다. 2막 '톤턴에서의 13일'이나 '너의 거친 꿈속으로'에서 완전 날아다니던데.
좀 귀여웠던 점은 쩡맂 키가 작다보니 다른 사람이 쓸 때 스탠딩 마이크 올리던 것.
1막에는 그 당시 복식인 드레스를 입고 나오지만 2막에서는 드레스를 벗어던진다. 리지는 2막 등장 때부터, 그 다음 엠마, 브릿짓이 머리를 풀어해치고 락커의 복장을 한다. 앨리스는 끝날 때까지 옷을 입고 있다가 심경의 변화를 겪고 옷을 벗어던지는데 드디어 숨막히는 시대에서 해방된 것 같은 모습에 머리부터 쾌감이 퍼졌다. 옷과 머리가 전근대와 가부장제를 상징했던 것이다. 가부장제에 얽매였을 때는 갑갑하고 통제되는 옷고 머리를, 벗어났을 때는 자유로운 복장을... 옷에 변화를 줘서 해방을 표현했다. 이 부분이 머리를 치게 만든다고...
이런 극인데 남자는 뭘 알고 리지 보는지
운 좋게 이날이 도끼 데이였다. 커튼콜 때 썸바디, 왓더퍽, 그리고 앵콜도 했는데 기억이 안나는... 락페 왜 가나요 리지가 있는데 이런 말 정말 많이 들었는데 단박에 이해 완이었다. 아니 대한민국 어디서 여자들이 단체로 ㅅㅂㅈㄲ를 외치겠어. 어떠한 위험 요소 없이 온전히 뛰어 놀고 소리 지를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다. 컷콜 때 엘리스가 도끼 꽂으려고 하자 엠마가 말리고 앵콜을 했는데 두번째 꽂는 것도 말리니까 리지인지 앨리스가 엠마에게 야광 도끼 줬다. 엠마 시무룩해서 야광 도끼만 빤히 처다보는데 아아아아악 성인 여성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나요!!!!! 그리고 엱이 계속 눈을 맞춰주고 호응 유도하는데 아이돌 모먼트가 보였다. 자첫에 커튼콜 따라갈 수 있을까 했는데 아래 영상 보고 갔더니 전혀 문제 없었다. 썸바디에서 ㅅㅂㄷㅈㄲ랑 왓더퍽은 박제가 없어서 참 아쉽다. 그니까 실황 오슷 내놔
다들 리지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