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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지 자넷, 막공 후기

moraeal 2022. 8. 3. 10:00


뮤지컬 리지

자넷, 막공 후기



전성민, 여은, 김수연, 최현선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1층 11열 왼블


이날 리지로 종일반 했다. 세미막공 끝나고 근처 카페 갔는데 두 군데나 만석이었다. 가는 곳마다 리지 얘기가 들리던... 암튼 조금 쉬고 막공을 보러 갔다.

손글씨 티켓을 랜덤으로 줬는데 내가 원하던 배우가 딱 들어 있었다. 쇼놑에서 엽서도 뿌려서 한 세트 가져왔다.


후기
난 여엠이 왜 이렇게 신경쓰이는지 모르겠다. '보든 가'에서 치마 잡고 박력있게 스텝 밟는 것도, '상도를 아는 우아한 보rrrrrr든'이랑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할 때 목소리 나긋나긋하게 확 바뀌는 것도, 왓더퍽!!! 뤠줴!!!하고 소리 지르는 것도 너무 취향이다. 무슨 넘버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2층에서 괴로워하는 리지를 지켜보며 마음 아파하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지만 좋았다. 려엠은 묵직하고 성숙해서 리지와 11살 차이가 나 보이는데 여엠은 더 신경질적이어서 그런지 리지랑 많아봐야 5살 정도 차이가 나 보였다. 여엠은 악에 받혀 있지만 외부에서도 그러면 온갖 얘기를 다 듣기 때문에 처세술로 고분고분한 척하는 것 같았다. 근데 비꼼은 숨길 수 없는... 성경책도 들기는 하지만 거꾸로 든다. 숨기려고 하지만 숨길 수 없는 그 성깔이 너무 좋다.
엠마 정색하고 목 긁다가 피식 웃음 >>> 이렇게도 적어놨는데 어느 부분인지 도저히 기억이 안난다...


융리지는 처음이었는데 진짜 너무 잘했다. 왜 나는 막공 때 융리지를 처음 본건지. 이마 빡빡 쳤다. 그렇게 작은 체구에서 그런 성량이...? 여기서 놀라고 연기 때메 한번 더 놀란...
융리지는 누구보다 단단한 리지같았다. '사랑 아냐'에서 이젠 딸이 좋대할 때 다른 리지들은 상처받음+허탈함이 복합된 감정이었는데 융리지는 상처 받지만 어이없는 듯이 실소를 한다. '섀터케인과 벨벳 그라스' 할 때 융맂이 차 냄새 맡고 웃는데 진짜 돌아버린...자의 눈이었다. 얼룩을 지우려고 할 때도 보든 부인과 앤드류 보든 사진 보는데 이때 결심을 한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난 섀터케인이 리지에게 '살인'이란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기는 순간 같다. 그전에는 고통을 끝낼 방법이 집에서 벗어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엠마가 남긴 가내상비독약서를 보고는 문제의 원인을 아예 없애버릴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도 하게 된거다. 직후에 비틀거리는 모습도 처음에는 약을 탄 차여서 향만 맡고도 중독된건가?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스스로를 해방시킬 방법을 찾은 기쁨과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끓어오른 분노'에서 답답하다는 가사에만 유독 힘 주고 목 엄청 긁어서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서 답답한 리지의 심정이 전해졌다. 처음에는 평이한가?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쌓여서 중반부부터는 진짜 광기 그 자체였다. 사람이 도는 꼴을 실시간으로 지켜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진짜 너무 강력한 감정이라 그 여파 때문에 인터 때도 멍하니 있었다. 보통 디테일 정리하는데 디테일이고 뭐고 하나도 기억 안났을 정도.
2막에서 살인하고 아무렇지 않아한다. 모든 리지가 다 그랬지만 유독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 해방이란 감정도 안 느껴지는, 말 그대로 감정이 하나도 안 느껴져서 소름이 돋았다.

그치만 이제 사랑에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융쑤가 찐이랬을 때 그래봤자 얼마나 찐이겠어라고 생각한 과거의 나...반성합니다. 둘은 쌍방향이다. '언젠가는' 후에 쑤앨이 저녁에 가도 되냐고 묻는데 융리지가 엄청 기쁘게 그래라고 답한다. 뒤돌아 있지만 왠지 활짝 웃고 있을 것 같을 정도로. 자넷하면서 리지가 처음으로 기뻐 보였다. 그리고는...내가 이걸 봐도 돼???이 말만 한 삼백번 되뇐 듯. 봤던 페어 중에서 융쑤가 제일 격렬했다. 감정도 찐인데 둘이 어깨도 잘 써서 더 진해보였다.

쑤앨 노선이 제일 마음에 드는데 이제 캐해는 안되는... 연약하고 혼란스러워하지만 결국은 사랑하는 리지를 위해 위증을 한다. 재판장에서 마음이 바뀌는 그 순간의 단단하고 결심에 찬 눈빛이 정말 좋다.

그리고 이날 유독 악기 소리가 잘 들렸는데, '머리가 왜 없어'의 앨리스 파트 때 피아노 멜로디라던가, '끓어오른 분노'의 드럼과 일렉 기타 소리가 날 미치게 했다.


커튼콜 하고 이제 무대 인사하는데 이 때도 눈물 바다였다. 음감 인사하고 원작자들도 올라와서 인사했는데, 솔직히 4050대 백남이 나와서 조마조마했다. 내 감동 다 무너지는 거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중에 한명이 '여성에 관한 것들이 변하고 있는데 리지로 그 변화에 조금 일조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고, 작가는 '뮤지컬을 만드는 건 자식을 낳아서 사회에 보내는 것과 같다. 한국 제작사, 배우들이 리지에 영혼을 불어넣었고, 관객들이 집을 줬다. 리지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며 오히려 눈물나게 만들었다. 리지를 쓴 사람들 다웠다. 쇼노트 이사도 올라와서 리지 살려줘서 고맙다고 꼭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나 이말 진짜 믿어...
리지 진짜 무인까지 너무 완벽했다. 낮공 때는 영블이 여성 연대 얘기를 하고 밤공 때는 제작자들이 여성인권에 대해 언급하면서 나 울렸다.
리지 재연은 머큐리 라이징을 같이 부르면서 막을 내렸다. 이 완벽하면서도 허무한 느낌. 이별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한동안 상실감이 컸다. 리지 뒤에 예매한 극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분명 집중해서 못 봤을테니까. 이제 후기도 썼으니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리지 삼연 올 때는 오슷이랑 딥디 가지고 오기...


리지 막공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