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엘리자벳 부산 후기
뮤지컬 엘리자벳 부산 자둘 후기
이지혜, 김준수, 박은태, 민영기
드림씨어터 1층 15열 중블
예 제가 엘리 종일반으로 자첫자둘한 사람입니다 ^_^ 이게 맞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론적으로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일단 시야부터 말해보자면 드씨 15열도 쾌적했다. 단차 확실해서 키가 엄청 크거나 머리가 엄청 크지 않는 이상 앞사람 때문에 무대가 가리는 일은 없다. 근데 나는 180 훌쩍 넘는 남자가 앉아서 왼쪽 무대가 다 가려졌다. 그걸 제외하면 15열은 무대를 전체적으로 보기 딱 좋았다. 눈에 꽉 차지는 않고 여백이 살짝 있는 정도. 중중블 앉았더니 극 시작 후엔 배우들이랑 아이컨택하는 느낌 제대로 받았다. 무대 깊숙이 들어가면 표정은 잘 안 보이긴 한데 그래도 짱 시야. 저번에 말했듯, 상석은 9~13열이지만 14~17열도 못 갈 자리는 아니다. 드씨는 기적의 시야니까.
좌석 앞뒤 간격도 확실하다. 어째 고속도로 안보다 고속도로 뒤가 좌석 간 간격이 더 넓은 것 같다. 중퇴할 때 빠르게 나갈 수 있었다.
음향은 6열보다 15열이 훨씬 좋다. 6열이 스피커와 가까워서 소리는 빵빵한데 너무 울려서 1/4는 못 알아들었다. 15열은 6열보다야 빵빵한 느낌은 없는데 더 명확하고 확실하게 들린다.
이제 극 이야기를 해보자면, 자둘은 정말 시간 순삭이었다.
15만원짜리 프롤로그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엘리자벳이 죽음을 사랑했다고 표현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것도 아니고 죽을 고비가 여러번 있었다도 아니고 죽음을 사랑했다니. 모두 죽었다 대신 죽음과 춤을 추었다는 표현을 쓸 생각도 어떻게 했을까.
졜리는 진짜 천진난만한 씨씨였다. 깜찍이 씨씨. 옥보다가 졔보니까 작고 소중했다. 시간 지날수록 목소리가 성숙해진다.
황제 처음 만날 때 졔는 차 마시는데 옥과는 다른 디테일이었다.
내가 종일반을 하게 만든 장본인. 은케니 보려고 이 밤공을 놓을 수 없었다. 은케니는 그알 진행자 같다. 그러니까 내용도, 결말도 다 정해둔 상태에서, 자기가 정해둔 그 흐름으로 이끌기 위해 철저히 계산해서 사람들을 자극시킨다고 해야할까. 게임의 설계자? 심리를 이용해 사람을 조종하는 인간 같았다. 내 말은 전혀 우발적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거다. 자기 행동이 정당하다고 어필하는 무대가 '엘리자벳'으로 보일 정도였다. 관객들에게 자신이 무죄라고 보일만큼만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하면서 적절히 조작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생각을 해보니까 엘리자벳 처음 시작을 그렇게 하네.) 탤케니에 비해 냉철한데 잔망도 잘 떨고 유머도 있다. 분위기도 확 휘어잡고. 탤케니랑 은케니는 역시 자기 머리라 그런가 장발이 엄청 잘 어울렸다.
샤토드는 광기와 박력의 토드였다. '이래도 안 넘어와?', '니가 안 넘어오고 베겨?', '너 언젠가는 넘어올걸'하고 자신 만만하면서도 껄렁한 모습이 가득했다. 햊과는 노선이 달라서 보는 맛이 있었다.
졔는 맑고 청아한 음색인데 샤의 허스키한 음색과 합이 좋았다.
밀크는 공연 보면서 최애 넘버가 되어버렸다. 밀크만 기다렸어. 심지어 혁명의 노래라 내 안의 좌파의 피가 반응한다 (농담임. 어쩌면 맞을지도. 우유가 왜 없나 했더니 엘리자벳이 우유로 목욕해서 애기들이 먹을 우유가 없었던 거였다. 이전까지 전혀 못 알아들었다.
요제프는 말만 번지르르하지 엘리 고생시킨 놈이다. '나의 천사'라고 부를 시간에 엘리 입장해서 생각을 좀 해.
루케니들 건강 생각해서 키치 등장할 때 마스크 끼는 거 좋다. 확실히 마스크 끼니까 잘 안들리긴 해도 시국 위에 공연 있나.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 키치에서 '자유'할 때 은케니는 그냥 부드럽게 자유~~~하고 올리는데 탤케니는 나나것처럼 자유☝️☝️하고 올린다. 또 은케니는 고속도로 안 가로지르고 그냥 오른쪽 통로로만 쭉 간다. 탤케니처럼 뿌리지 않고 모서리 앉은 사람한테 하나하나 나눠준다. 그리고 관객이 내민 손 찰싹 때리는 거 앙칼지고 웃겼다. 키치에 열광할 때 내가 황실 가십에 미친 사람처럼 느껴졌다. '평범한 내가 이세계에선 황실 가십에 눈 돌아간 사람?' 그 자체. 그리고 2, 3층 앉았으면 소외감 지리게 느끼고 왔을 듯. 그냥 키치만 못 받아도 이렇게 아쉬운데. 전진 고민했는데 굿 초이스였다.
그리고 살롱씬.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그냥 초점 흐리게 하고 있었다. 엠개에선 이런 장면이 빠지질 않는 듯. 그냥 대사처리만 해도 되지 않나하는 의문이 이번에도 든다. 사실 자첫 때는 성병도 못 알아들었다.
자둘을 하니까 연출도 잘 보였는데, 우선 죽음이나 죽음과 가까워진 인물에게 파란 조명을 비추는 연출이 좋았다.
또 정신병원 그림자가 새장 같았는데 궁을 벗어났지만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엘리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정신병원에서 엘리자벳은 자기가 엘리자벳이라고 믿는 사람을 만난다. 엘리자벳은 자기 몸을 못 가눌정도로 미친듯이 웃는데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 이게 연기 맞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림자는 길어지고' 후였나 루돌프와 토드가 입 맞추고 뗄 때 쪽 소리가 울려퍼졌다. 장윤석 루돌프는 '그림자는 길어지고' 리릭 비디오에서만 만났는데 실공연이 훨배 좋았다. 당연함. 그건 공연 전 박제였으니까. 자연스러웠다.
토드의 날개들이 왜 이렇게 웃긴지 모르겠다. 다들 키도 크고, 말도 안하고, 금발에, 진지하고, 멋진 인외캐인데 묘하게 웃겼다. 안무가 독일스러워서 그런가 좀 뚝딱이는 것 같기도 했다. 또 루돌프 들고 나갈 때도 옷 여며 주던데 저항없이 흘러내려서 좀 웃겼다.
여기까지만 보고 막차 타야해서 중퇴했다. 마지막씬이랑 컷콜 못봐서 너무 아쉬운데 그래도 노숙을 할 수는 없으니.
그리고 엘리 분량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더블로 올릴 생각을 했을까. 배우들 목 정말 괜찮은지...
내 드림페어는 졔햊길이었는데 그 페어 왜 안주냐고.
자첫 전에도 쏘엘리와 선녀엘리 궁금했는데 지금은 '난 왜 그때 엘리를 보지 않았을까' 이 생각만.... 어떻게 풀어나갔을지 정말 궁금하다. 캉케니랑 동톧도 궁금하고. 모든 게 제작사 탓이다. 10주년이라면서...
종일반 감정은 힘든데 좋았다. 자셋 표도 있긴한데 자둘하면서 이정도면 충분히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요즘 또 엘리 넘버만 들어. 진짜 내 마음은 뭘까.
엘리 자둘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