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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프덴 후기

moraeal 2023. 3. 1. 10:00

 

 

뮤지컬 이프덴 후기

 

 

박혜나, 에녹, 신성민, 최현선, 조휘, 정영아, 박좌헌, 김혜주

홍익대 아트 센터 대극장, 2층 4열 중블

 

스포일러 주의



드림 캐스팅 아니고 오로지 박혜나 배우 하나만 보고 갔다.

 

1막

박혜나가 다 한다. 당연함. 원탑 주인공임. 노래, 연기, 딕션 말해 뭐해. 진짜 그 사람 같았다. 박혜나의 낮고 허스키한 보이스 진짜 매력적이다. 엄청 털털한 엘리자베스였다. 이제 박혜나 아닌 엘리자베스 상상이 안 갈 정도로 찰떡이었다.

조쉬 퍼컬은 군복. 그정도로 군복이 엄청 잘 어울리던데. 이 배우는 자첫이었는데 성량이 작았다. 리즈 집 처음 갔을 때 넘버가 here i go였나? 아무튼 1막 중반에 고음이 쓰릴해서 내가 다 조마조마했다. 다정남 연기는 좋았다.

녹카스는 그런 주거환경운동가가 어디에 있을 것 같을정도로 잘 어울리고 잘 소화했다. 개인적으로 막심같이 화내고 무거운 역할보다는 이런 역할이 훨씬 잘 어울린다. 베스 생일 파티 때 루카스가 스티븐 쫒아내는데 스티븐이 나가면서 '불탄다 불타'하는데 녹카스일 때 고정 애드립인 듯. 불트 팬도 꽤 있던데 엄청 좋아하셨다.

데이빗은 성량이 작았고 연기가 조금 어색했다. 의사가 아니라 부잣집 도련님 같았다.

 

나는 내용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일행은 처음에 놓친 건지 이해하기 어렵고 헷갈렸다고 했다. 조명과 안경으로 확실히 구분된다. 

안경 있 + 붉은 조명은 리즈. 도시계획 강사. 조쉬와 이어짐. 루카스와 데이빗 커플.

안경 없+ 푸른 조명은 베스. 뉴욕시 도시계획과 부국장. 루카스의 아이가 생김.

이게 끝이다. 장면 전환이 빠르지만 조명만으로도 충분히 구분 가능하다. 

 

그리고 내용이 고자극은 아니라서 조금 지루했다. 근데 박혜나 연기에 멱살 잡고 끌려감.

음향은 1막 초반에 심각했다. 앙상블 노래가 뭉게져서 하나도 안 들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졌다.

자첫 우주땅콩이라 케이트가 말 걸 때 대답 못했다. 나도 알았으면 네네 선생님 했지...

왓더퍽은 두 세계를 연결하는 넘버라고 해야하나. 다른 선택을 해도 왓더퍽하는 상황은 언제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뒷 화면 때문에 진짜 뉴욕에 있는 것 같았다. 효과도 좋았다.

가스라이팅 단어를 가볍게 쓴다. 데이빗이 루카스에게 결혼하자고 했나? 결국 루카스가 넘어가는데 그 후 정교한 가스라이팅 당했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건 설득입니다.....

 

 

2막

리즈는 임신 호르몬 때문에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데, 정말 임신 해본 사람 같다. 이때 조쉬 연기가 어색해서 아쉬웠다. 뭐랄까 찐 같은 케미가 없었다.

좋은 아빠 되겠다는 넘버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드르렁 됐다. 나 진짜 가족 이야기에 관심 없나봐. 남자 얘기에 관심 없는 걸수도. 근데 조쉬 배우 그 넘버에서 득음했다. 1막에서 개싸웠는데 거기서 마음 좀 풀렸다.

조쉬가 파병 간다고 할 때 리즈가 널 증오해 니가 싫어!하는데 무대가 아니라 다큐나 뭐 그런 사람을 실제로 보는 것 같았다. 감정이 대박이었음. 대박이란 말 밖에. 어떻게 저렇게 표현을 할까.

엘라나가 베스에게 스코틀랜드로 간다며 육아에 전념하겠다 할 때 베스가 말리자 엘레나가 지금밖에 못한다 내 선택이다 하는데 정말 자기 선택인가 그게.

리즈가 '올웨이즈 스타딩 오버'를 부를 때 보라색 조명이 쓰인다. 그리고 루카스가 등장하는데 순간 '베스?' 이 생각이 들었다. 베스가 루카스와 사는 것처럼 느껴졌다. '혼자가 되는 법' 왜 박혜나로 박제줬는지 단박에 이해갔다. 그래도 대표 넘버는 배우 별로 줘라... 아무튼 이때 조명이 합쳐지면서 역시 보라색 조명을 쓴다. 아 리즈와 베스는 다른 삶을 살지만 외로움은 똑같구나, 싶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 데이빗 대사 절었다. 그...하고 정적 후에 해체된 걸 찾아야 했으니까 이런 식으로 말 했는데 유해를 모아야했다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듯

 

아무래도 브웨 원작이다보니 미국 정서가 강하다. '잇츠 어 사인'할 때도 검지와 중지를 크로스하는 크로스 핑거하고, 채용 과정도 미국스럽고. 게이 부부의 대리모 이슈도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슈니까. 근데 자기들이 못 낳으니까 여자를 이용해서 애 낳자는 사고방식이 기가 막힌다. 아니 여자는 꽁으로 애 낳냐.

이런 식으로 여성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 몇 있는데, 우선 베스가 루카스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때. 지가 애 낳냐. 지가 경력 단절되냐. 지 몸이가!! 물론 자기가 선택받지 못하고 자기와 같은 마음이 아니고 얘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날 수도 있는데 그 문제는 뭐가 됐든 베스가 하자는 대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엘라나가 커리어를 포기하고 남편을 따라 이민 가서 육아를 전담하는 선택을 하기까지 남편의 은근한 기대는 없었을까? 정말로 사회의 압박에서 자유로웠을까? 과몰입했는데, 극이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그런 대사도 있다, 그런 말 쉽게 하는 남자들이 별로란 뜻이지 극이 이상하다는 말은 아니다.

 

극은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해도 개같은 상황이 있을 거고, 외로움을 견뎌야 하고,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한다. 그러니 현재를 충실히 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결말도 이 주제를 벗어나지 않았다. 흥미로운 결말이었는데 결국은 평행세계였다. 처음에 조쉬는 세번째 파병에 나가기 전이었다. 리즈의 세계에선 두번째 파병에서 돌아온 조쉬와 만났고 조쉬가 세번째 파병에 나가지만 베스의 세계에선 조쉬가 세번째 파병에서 돌아와서 또 베스와 만난다. 결론을 어떻게 낼까 했는데 최적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박혜나 연기 대박적이다. 인간이 저럴 수 있나? 진짜 감탄만 나온다. 여성 서사와 여배극 사랑하는 나는 호였고, 신나는 대극장 극 좋아하는 일행은 튕겼지만 둘 다 박혜나 연기와 노래에 감탄하면서 나왔다. 가는 내내 박혜나 얘기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만약 자둘한다면 엘리자베스는 박혜나로 또 볼 것 같다. 대신 조쉬와 데이빗은 다른 캐슷으로 볼듯

 

 

이프덴은 빈무대 촬영이 가능해서 시야 참고하라고 찍었다. 2층 4열 만족했다. 무대 높여와서 난간에 가리는 부분 없이 잘 보였다. 유심히 보면 표정도 보인다. 난 눈 나쁜데 보였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더 잘 보일 듯.

 

이프덴 후기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