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틸다 후기
뮤지컬 마틸다 후기
하신비, 최재림, 방진의, 최정원, 차정현, 김기정
디큐브아트센터 2층 6열 중블
스포일러 주의
후기에 앞서 아이랑 같이 가려는 보호자들 다시 생각해보세요. 관람자 대부분이 가족 단위던데 개인적으로 마틸다는 어린이가 주인공인 극이지 어린이를 위한 극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내용이 어둡고, 러닝타임이 길어서 애들이 집중하기 힘들어하고, 마틸다가 어려운 단어를 써서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물론 뮤지컬이 어른 전용은 절대 아니고 어른만 보라는 법도 없고 제작사에서도 8세 이상 관람으로 명시해놓긴 했지만 생각하는 극의 분위기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꼭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12세정도면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듯.
주말 대극장 2층이라 각오는 했는데 상상 이상이었다. 문제는 다 어른들 때문이었다. 대부분 아이랑 보호자랑 같이 오는데, 아이 앞 줄에 어른이라도 앉게 되면 아이는 앞 머리에 가려서 무대가 안 보이니까 기웃기웃대고 그러면 주변 사람도 집중하기 힘들고 어른은 기웃대는 아이한테 직고하고... 마틸다에서 아이 문제가 아닌데 아이가 싫은 소리 듣는 상황도 이상했다. 와중에 보호자가 아이한테 말 거는 등 볼 수 있는 관크는 다 본 것 같다.
관크의 태풍 속에서 나는 눈이었다. 이제 어느정도 마음 놓고 본다지만 비싼 돈 주고 보는데 스트레스 받았다. 이게 정말 연뮤덕의 집중력 문제인가.
극 자체는 흥미로웠다. 개연성은 잘 모르겠지만서도.
abc송을 한국어로 녹여낸 게 진짜 미쳤다. 처음엔 잘 안 들려서 뭐라는 거지? 했는데 알파벳 상자 넣을 때 아!!했다. 번역도 좋았고 배우들 합도 잘 맞았고 여러모로 쾌감 쩔었다. 처음에 철장에 매달리는 것도 멋졌고. 1막 마지막 넘버인 브루스 초코 케익씬도 좋았다.
2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라벤더가 눈 무섭게 뜨면서 지켜 보고 있다고 손짓하는데 귀여웠다. '어른이 되면' 이 넘버할 때 무대에서 그네 타는데 기인열전 그 자체다. 나는 사고날까봐 조마조마 했는데 다들 프로 그 자체였다. 종이 비행기 날리는 연출도 좋고 가사도 한번 곱씹게 된다. 난 어른인데 정말 그렇게 살고 있나하고. abc송이랑 이 씬이랑 레볼팅 다시 보고 싶다.
레볼팅 개기다 스펠링 말하고 트런치볼 물리치는 장면도 좋았고 서커스단 얘기도 하는 이유가 있었다. 어린이 배우가 나오는 뮤지컬 치고는 내용이 어두워서 좀 놀라긴 했지만.
컷콜 때 씽씽이도 좋았다.
학교 도서관 시계에 12/3/6/9 대신 T/I/M/E 타임 적혀 있었다. 이런 디테일이 좋다. 나도 이제 시계 그릴 때 그렇게 쓸래.
불가리아 마피안데 억양이 이탈리아어 같았다.
신비틸다 프로페셔널한데 쪼가 있었다. ~할 거예요를 ~할 고예요라고 했다.
방진의 배우 레드북에서 보고 또 봐서 반가웠다.
역시 빈무대 촬영 가능 극. 2층 6열인데 홍아센이랑 비슷한 거리감이었다. 대신 좀 덜 가파르다. 홍아센은 내리찍는 느낌이라면 디큐브는 완만한 느낌. 홍아센이 정수리 뷰라면 디큐브는 이마 뷰야. 앞에 남자 안 앉는 이상 가려지는 거 없었다. 그리고 마틸다는 무대에서 객석으로 내려가서 퇴장하거나 1층 통로로 입퇴장하는 경우가 많아서 2층 소외감 들었다. 근데 2층이 조명 연출 보기는 좋다. 조명으로 길 만들어주는 등의 연출도 있어서 볼만하다.
생각만큼 취향은 아니었지만 좋은 극이다. 특히 어린이 배우 열연이 감동적이었다.
마틸다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