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취미
자칭 타칭 취미 빼면 시체. 친구가 연락하면 항상 나는 뭘 하고 있대. 딱히 많이 하고 있다는 자각은 없었던 터라 이번에 취미를 한 번 정리해 봤다.
1. 펜 드로잉
취미의 시초.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화방을 다녔다. 펜 드로잉을 배운 이유는 펜으로 무심하게 툭툭 그린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사물을 쉴새 없이 관찰하거나 묘사하는 과정에서 그림에 몰입을 하게 되는데, 그림에 집중을 하니까 그 순간만이라도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소묘나 수채화보다는 개인의 스타일이 더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사물을 복사한 것처럼 똑같이, 잘 그려야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게 됐다. 요즘도 작은 드로잉 북과 펜을 챙겨서 종종 드로잉 하곤 한다.
2. 오일 파스텔
오일 파스텔은 콰야의 보통의 날들 전시에서 처음 접했다. 이후에 관심이 생겨서 하게 되었다. 파스텔이 부드럽고 블렌딩을 할 수 있어서 그리는 재미가 있지만 생각보다 다루기가 힘들었다.
3. 연극 & 뮤지컬
올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관극을 했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봤다. 뮤지컬에 한이 맺혔나 싶을 정도로. 관극으로 극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얻었지만 내 취향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무조건 여성 서사여야 한다. 남성이 주인공인 극은 진부했고 나에게 와닿지 않아서인지 주인공이 뭘하든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하던 말던. 남성 서사에서 여성을 성녀와 악녀로 이분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질리기도 했고. 반면 여성 서사에서는 여성들의 어느 하나 같지 않은 삶과 다양한 욕망과 인물 간의 다채로운 관계성을 볼 수 있었다. 공감도 많이 갔다. 내 취향이었던 극은 위키드, 레드북, 프리다, 포미니츠, 레베카, 시카고, 베르나르다 알바까지. 너무 좋은데 티켓 값이 너무 많이 들어서 조금 줄여보려고 한다.
4. 필름 사진
어느 순간 내가 필름 카메라를 알아보고 있었다. 결과물을 즉시 확인할 수 없고, 한 롤을 다 써야하고, 현상을 맡겨야 비로소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다만 금 값이 되어버린 필름 값이 문제다. 몇 달 사이 가격이 두 배가 됐다. 이제 발 들였는데... 앞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다이어리 쓰기, 블로그에 포스팅하기는 일과. 독서와 영화 감상, 전시회 가기는 취미라고 하기에는 이제 그 양이 너무 적어저서 취미에서 탈락시켰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취미를 즐겼다. 이전의 취미를 즐기는 빈도가 적어지기도 했고 동시에 생각지도 못한 취미가 생기기도 했다. 어떤 목적이 있다기 보다는 순수하게 즐거워서 하다보니 취미를 통해서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삶의 활력도 얻었다. 가끔은 과해서 주객전도가 되기도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쉽게 질리기도 하고 지치기도 해서 과몰입 상태가 오래 지속은 안 되더라고.
내년에는 또 어떤 취미로 일상을 보내게 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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