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편의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화양연화
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 2000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울 때를 뜻하며,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질 때를 가리킨다
극중에서 장만옥과 양조위는 서로의 배우자끼리 불륜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를 위로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서로 사랑에 빠졌던 때가 더욱 아름답고 아련하게 남는다
배경음악과 영화의 색감 등이 스토리와 어우러져 그러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특이한 점은 서로의 배우자는 오직 음성으로만 등장하고 의도적으로 한번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우자에게 무심하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등장시키지 않은 것 같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in the mood for love으로, 더욱 직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잔잔하고 진지한 영화이지만 계속 곱씹게 된다
#처음 만나는 자유
Girl, interrupted, 1999
정신병원에서 리사를 만나며 변화하는 수잔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잔나는 무기력하게 인생을 살아간다
부모님은 그런 수잔나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그곳에서 리사를 만나면서 오히려 활기를 찾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해방감을 느낀다
아이러닉하게도 갇혀있는 정신병원에서 처음으로 자유를 만난 것이다
그러면서 자유로워보였던 리사가 오히려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때 수잔나의 대사가 인상 깊다
"왜냐면 넌 이미 죽어있기 때문이야 리사. 네 심장은 너무 차가워.
그래서 여기로 되돌아 오는 거야. 넌 자유롭지 않아. 너에겐 이곳이 필요해. 그래야 살아 있다고 느끼거든"
"아마도 바깥 세상에는 거짓말 투성이겠지. 세상 전부가 멍청하고 무지할지도 몰라. 하지만 난 그래도 세상 속에서 살겠어. 그 엿같은 세상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삶이 버거웠던 아이에서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아이로 변화한 것이 인상 깊었으나 영화는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다
수잔나가 여전히 세상 속에서 살고 있으면 좋겠다
#패왕별희
覇王別姬, Farewell My Concubine, 1993
이 영화의 스토리도, 캐릭터도, 배우의 연기도, 미장센도, 아슬아슬한 분위기도 너무 좋다
영화가 주는 여운때문에 선뜻 보지 못하는게 아쉬울 뿐이다
패왕별희는 한나라와의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항우와 희가 자결한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영화의 큰 흐름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결말을 어느 정도 예상 할 수 있어서 더 비극적이었다
영화 보는 내내 두지에게 연민이 간다
경극은 그의 인생의 전부이다
그렇기에 그가 자신과 역을 분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경극때문에 겪게되는 수모들이, 참 가혹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시대마저 두지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기에 더더욱 순탄치 않는 인생을 살아가는 그가 참 안쓰러웠다
이런 인물을 장국영이 연기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장국영은 우희를 연기하는 두지처럼 자신이 두지를 연기한다
덕분에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더이상 그의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시공간적 배경이 1910-60년대 중국이다
당시의 사회 분위기가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큰 부부을 차지한다
그렇기에 간단히라도 당시의 중국사를 공부한 후 영화를 감상한다면 이해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인물, 스토리, 배우때문에 좋아하기도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중국 영화에 대한 편견을 산산조각내준 영화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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