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를 3층 맨 뒷줄에서 보고 와서
손정 페어, 블루스퀘어 3층 중블 6열 후기

 
 
 

 

 
 
1. 계기

 
분명 친구랑 문화생활 얘기하던 중이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그다음 주 뮤지컬 위키드를 예매한 상태였다. 아주 충동적이었다.
옥정 페어를 가장 보고 싶었는데 옥정 페어로는 주말에만 공연을 했고 나는 주말에 시간이 안 났다. 시간이 맞았어도 이미 표가 매진이 되었기 때문에...ㅎ아무튼 옥파바보다 정글린다가 더 보고 싶어서 손승연 엘파바, 정선아 글린다 페어로 예매했다. 예매를 늦게 해서인지 공연일이 평일인데도 빈자리가 3층 맨 뒷줄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3층 맨 뒷줄을 예매했다.
 
 
 

2. 공연장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3. 캐스팅

 

 

손승연, 정선아, 진태화, 이승준, 이소유, 이우승, 전민지, 임규형, 앙상블, 스윙

 
 
 

4. 공연 전
 

우리 공연 30분 전에 도착했다. 여유 있게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미 엠디샵이건 포토존이건 사람들도 북적북적했다. 1층에서 서둘러서 발권하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서 엠디를 구매했다. 뒤에 사람이 많아서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정신없이 눈에 딱 보이는 one short day 배지만 구매했다. 그리고 지하 2층에 내려갔는데 엠디 샵이 또 있었다. 지하 2층이 훨씬 덜 붐볐고 여유 있게 엠디를 구경할 수 있었다. 엠디 구매할 사람은 1층에서 발권하고 바로 지하 2층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지하 2층 엠디 샵을 바라보고 왼쪽에는 오지안 스탬프 찍는 곳이, 오른쪽에는 포토존이 있다. 먼저 왼쪽 스탬프 찍는 곳으로 갔다. 티켓에 스탬프를 찍으려고 했는데, 티켓에는 불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아마도 번지기도 하고 티켓 확인에 문제가 생겨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종이를 따로 챙겨가지 않아서 가방에 유일하게 있던 종이인 엑셀 함수 정리 종이에 찍었다. 스탬프를 찍으면서 덕후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옆 지하 2층 엠디샵에서 천천히 한번 더 엠디를 구경했다. 결국 나는 배지를 하나 더 구매했다. 엠디 선택지가 많아서 좋았다. 오른쪽에 있는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었다. 시간이 촉박했지만 할 건 다 했다. 
 
 
 

5. 공연 후기
 

손승연 배우도 잘 모르고 자리도 3층 맨 끝이라서 친구랑 연기나 무대 연출은 기대하지 말고 노래만 듣고 오자~~~하고 갔는데 이게 웬걸...그냥 미쳤다. 처음에는 의자에 기대서 봤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점점 허리가 앞으로 숙여졌다. 진짜 1부 끝나고 인터미션이 되자마자 친구랑 둘이 얼빠진 표정으로 마주보고 개미쳤다는 소리를 했다. 진짜 디파잉 그래비티는 영상으로도, 실제로도 여러 번 봤는데 이렇게 압도되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전율이 느껴졌다. 듣는데 왜인지 모르게 울컥했다. 진짜 입이 떡 벌어졌다. 진짜 손승연 배우 성량이 미쳐서 블루스퀘어 뚜껑 날아가는 줄 알았다. 분명 블루스퀘어 음향 안 좋댔는데...음향이 안 좋은데 이 정도라고...? 정선아 배우는 글린다 그 자체였고 손승연 배우는 잘 몰라서 기대를 정말 단 하나도 안 하고 갔는데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초록색 피부 때문에 차별과 멸시를 받지만 굴하지 않는, 규칙에 순종하지 않고 반항적인 엘파바 연기를 너무 잘했다. 정선아 보러 갔는데 손승연에 미치고 왔다.
 
캐릭터 관계성 최고,,,처음에는 서로 밥맛이라고 부를 만큼 엘파바와 글린다의 사이가 좋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엘파바를 피부 색이 아닌 엘파바 자체로 봐주는 첫번째 마법사도 글린다이다. 엘파바는 또 글린다가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둘의 관계가 이러는데 어떻게 안 미치냐구요. 엘파바 글린다 우정 폴에버앤에버,,,
 
넘버도 귀에 착 감긴다. Popular이나 Defying Gravity는 너무너무너무 유명한 넘버라서, 극을 보기 전에도 주기적으로 찾아들었다. 관극한 지금은 one short day(단하루)와 for good(너로 인하여)을 반복 재생 중이다. Popular이나 Defying Gravity가 각 캐릭터를 대표하는 넘버라면, one short day나 for good은 둘의 관계를 제일 잘 보여주는 넘버라서 더 여운이 남는 것 같다. 특히 for good에서 '난 너로 인하여 달라졌어 내가' 이 가사에 두 캐릭터의 성장이 확연히 드러나서 내 눈물 버튼이다.
 
우리 자리는 3층에 심지어 맨 뒷줄이었다. 처음에 자리에 앉고 조금 놀랐다. 시야가 생각보다 훨씬 수직이었다. 아래로 내려다 본다고 목이 조금 아프고 너무 멀어서 배우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그리고 표정 안 보여도 노래만 들어도 그 감정이 다 느껴진다. 3층 마지막 줄인데 이런 감동이 느껴지다니. 
 
이 페어로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을 정도로 정말 만족했다. 사실 공연 전까지는 티켓 값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티켓 값 하나도 안 아깝다. 1부만 보고 가도 돈 값 한다. 무대 구성도 진짜 풍성하고 화려한 조명이 막 감싸고...의상도 그렇고 볼거리가 많았다. 원작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 그런지 저 세상 스케일...정말 브로드웨이에 걸맞은 화려함이었다. 대극장 극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제발 이 세상 사람들 다 봐줬으면 좋겠다가도 티켓팅 힘드니까 나만 알고 싶어. 그러기엔 이미 파퓰러 그 자체인 공연이지만...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좋았다. 요즘 좋은 공연 보면 엄마랑 동생이 생각나는데 꼭 엄마랑 동생이랑 다시 보러 가고 싶다.
 
나 위키드에 진심됐어. 부산 공연 꼭 가야지. 부산에서는 1층에서 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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