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제주: 이호테우 해변, 동문시장 그리고 일상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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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여행이라고 했던가. 그 말에 부합하는 날이었다. 원래는 우도에 갔다가 해변 카페에서 노을을 보고 동문시장에서 회를 포장해 오는 일정이었다. 이 완벽한 일정에 걸림돌이 있다면 날씨였다. 여행 전부터 이 날 비가 온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차선책을 세웠다. 차선책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고, 오전에 푹 쉬고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해변에 갔다가 저녁에 동문시장을 가기로 했다. 큼직한 일정만 정했다. 점심 먹을 식당이나 노을을 즐길 해변은 우리가 찾아놓은 후보지 중에서 끌리는 곳에 가기로 했다.
당일에 일어났는데 해가 떴다. 날이 좋아서 원래 계획대로 우도에 가려고 했다. 항구에 전화해보니 배도 떴다. 우리는 뚜벅이라 제주 시내에서 항구로 가는 버스를 찾아봤다. 우도에 가는 항구는 종달항과 성산항 두 개가 있다. 어느 항구든 숙소에서 1시간 반정도 걸렸는데, 버스 배차 간격이 오바였다. 가는데 세 시간, 오는데 세 시간인데 정작 우도에는 두시간밖에 못 있었다. 그 정도로 우도에 가고 싶지는 않아서 서둘러 플랜비로 변경했다. 혹시 몰라서 세워뒀는데 진짜 플랜비로 갈 줄은 몰랐다. 일단 점심을 먹자 싶어서 찾아둔 식당에 가고 있는데 버스에서 식당이 휴무임을 발견했다.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해변 찾아보려고 했는데... 당황할 시간도 없었다. 일단 해변부터 찾고 점심은 그 근처에서 먹기로 결정을 내리고 서둘러 검색을 시작했다. 찾아보니 멀지 않은 곳에 이호테우 해변이 있어서 거기에 가기로 했다. 다행히 우리가 탔던 버스로 쭉 가면 됐다.
점심은 도두봉 근처의 해녀와 바다에서 먹었다. 옥돔구이와 성게 미역국을 시켰다. 깔끔하고 맛있었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 옥돔구이는 처음이었는데 짜지도 않고 비리지도 않았다. 친구는 껍질에서 땅콩맛이 난다고 했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날씨가 괜찮았는데 갑자기 돌풍과 함께 비가 오기 시작했다. 한치 예상도 못하게 바뀌는 날씨를 보니 어메이징이라는 소리밖에 안 나왔다.
밥 먹고 간 이호테우 해변은 바람이 엄청 불었다. 자칫 잘못하면 날아갈 것 같았다. 사진으로는 평화로운데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그래도 사진은 찍었다.
비바람을 피해 카페 미리로로 왔다. 테우크림라떼, 코코펀치, 밤 케이크를 시켰다. 한라봉 홍차 케이크 먹고 싶었는데 솔드 아웃이었다. 여기 음료 맛집, 디저트 맛집, 뷰 맛집이다. 카페 테라스에서 사진도 찍고 바다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사러 동문시장으로 이동했다.
거짓말처럼 맑게 갠 하늘. 날씨가 종잡을 수 없이 바뀌었다.
동문시장은 생각보다 컸다. 예전에 우리가 간 곳은 아주 일부분이었나보다. 저녁을 사러 갔지만 간 김에 기념품 쇼핑도 했다. 기념품 쇼핑은 생각도 못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두 손에 바리바리 싸들고 있었다.
야시장에서 딱새우김밥, 흑돼지통치즈오겹말이를 구매했다. 사진은 흑돼지통치즈오겹말이.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내가 산 것들. 땅콩 막걸리, 한라봉 막걸리, 감귤&당근 쫀득이, 귀여운 제주도 소주잔, 크런치, 레드향&천혜향 주스 등을 구매했다. 여행지 가면 마그넷을 항상 사오기 때문에 마그넷도 샀다. 황금향은 집으로 택배 보냈다.
땅콩 막걸리, 한라봉 막걸리는 한번쯤 먹어볼만했다. 감귤 쫀득이는 감귤향이 났지만 당근 쫀득이는 그냥 쫀득이 먹는 거랑 별 차이가 없었다. 레드향&천혜향 주스는 비록 95%가 감귤이었지만 상콤 달콤하니 맛있었다. 크런치도 간식으로 먹기 좋았다. 감귤 빼빼로는 감귤 맛이 안 나고 달기만 했다.
야시장에서 딱새우김밥, 흑돼지통치즈오겹말이는 포장해오고, 마라샹궈는 배달시켰다. 마라샹궈가 배달 오면 같이 먹으려고 했더니 그새 식었다. 근데 식었는데도 존맛이었다. 여기에 땅콩 막걸리가 함께 했다.
그래서인지 새벽까지 별 얘기를 다 하다가 두시간 자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넷째 날
우리는 8시 반 비행기였다. 공항에서 서두르기 싫기도 하고 뭔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조금 여유롭게 6시 50분에 숙소에서 출발했다. 택시 기사님 반야심경 듣던데 그럴 필요가 있는 사람이었다. 셀프 체크인 하고 짐을 부첬다. 갈 때도 서로 다른 지역에 가야해서 짐도 따로 부쳤다. 출발 시간은 최대한 맞춰서 예매를 했다.
탑승 수속 전에 혹시나 마음샌드를 살 수 있을까 싶어서 파리바게트에 갔다. 우리는 전날 마음샌드의 존재를 알아서 예약도 못 했다. 있으면 사고 없으면 말자는 마음으로 갔는데 그냥 쌓아놓고 팔았다. 1인 당 3개까지 구매할 수 있었다. 하나만 사왔는데 한 통 더 사올껄 그랬다. 땅콩 소스가 들어가서 고소하니 맛있다.
탑승 수속 밟고 면세점 구경하고 기념품 추가로 사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제는 헤어져야 할 때. 진짜 아쉽고 가기 싫었다. 우리 갈 때 되니까 날씨 좋아서 더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따로 가니까 더 아쉬웠다.
짧았지만 알찼던 여행이다. 다음에는 날씨 좋을 때 차 렌트해서 오자. 내가 운전 연습해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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