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의 감상_영화

나와 오월을 함께한 네 편의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싱글 맨

A Single Man, 2009

콜린 퍼스, 니콜라스 홀트, 매튜 구드가 출연하고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가 감독을 맡았다

배우들의 훌륭한 비주얼에 톰포드의 디자이너다운 연출까지 더해져 시각적인 만족감을 준다

톰 포드 뷰티 캠페인이 멘땅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암울하고 쓸쓸한 조지의 심경을 미장센에 잘 녹였다

#아가씨

The Handmaiden, 2016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남성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대상으로 자란 히데코가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고 벗어나려는 이야기를 히데코나 숙희가 아닌 남성이 하고 있다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여성을 남성이 다시 대상화시키고 있어서 영화 보는 내내 기분이 더러웠다

내 불쾌함이 최고조를 찍은 것은 정사씬인데

관음하는 듯한 카메라 워킹에서, 젖이 나왔다면 아가씨에게 물리고 싶다는 숙희의 대사에서, 방울을 이용한 성 행위 장면에서

남성들이 어떤 판타지를 가지고 여성을 보는지가 투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원작을 볼 때는 불쾌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에서 여성을 표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실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에 있어서 이 영화와 영화 속 외설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일제강점기를 낭만적으로 미화시키는 프로덕션 디자인까지...

'여성해방'을 다뤘다는 영화에서, 내가 해방과 자유를 느낀 장면은 히데코와 숙희가 들판을 달리는 장면이 유일하다

히데코와 숙희만 남고 나머지는 가라...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당갈

Dangal, 2016

당갈은 힌두어로 레슬링 경기를 의미한다

제목만 들어도 대략적인 스토리를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상한대로 레슬링에 도전하고 시련을 극복하여 승리를 거머쥐는, 그런 전형적인 스토리이다

그럼에도 당갈은 특별하다

세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는데

이런 전형적인 스토리마저도 여성이 주인공인 경우는 드물고, 페미니즘을 시사하며, 더군다나 여권이 낮다고 알려진 인도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여성인권이 참혹한 수준이라는 인도에서도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소위 '여성상위시대'라는 한국의 영화시장은...)

영화가 보여주는 페미니즘 요소나 내가 느낀점을 일일이 언급하고 싶지만, 그러면 글을 따로 써야할 것 같다

다만 코르셋과 관련된 부분은 꼭 언급하고 싶은데, 이 부분이 흔하디 흔한 소재를 가지고 있는 당갈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딸들은 레슬링이 하기 싫어 머리카락이 길다는 핑계를 댄다

아버지는 그런 머리카락을 밀어버린다

꾸밈노동을 시작하고 나서 기타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꾸밈노동을 그만두고 나서는 다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게 되는 내용도 있다

첫번째 장면으로 머리카락이 방해요인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면, 뒷장면으로는 이것을 못박는다

코르셋은 여성의 활동에 제약을 주고, 여성이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 방해 요인이 된다는 것을 영화 전반에서 말하고 있다

(추가로, 코르셋을 벗기고 딸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하는 아버지는 폭력적이라고 느끼지만,

여성이 코르셋을 입은 것을 칭찬하는 것은 폭력적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난 왜 느꼈을까)

코르셋을 벗고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는 기타의 모습은 젠더 역할때문에 사회적 제약을 받으며 살아온 나에게 희열감을 주었다

"난 그런 건 몰라. 내가 아는 건 언니가 남자들도 다 이겼다는 거야"

"너의 승리는 너만의 것이 아니고 여성은 열등하다는 인도의 문화에 대한 저항이며 인도의 여자 아이들의 인권의 승리이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의 용기가 되고 싶다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1944

분위기가 다 해먹는 영화

스토리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재회 장면에서 양조위의 눈빛이 안잊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