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던 6, 7, 8월을 함께 보낸 책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김문주 역
아름다움은 여성의 의무가 아니다.
...우리가 여성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아름다움이라고 강요하는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들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표준을 주입했다.
대상화는 당신이 생각과 느낌, 목표와 욕망을 지닌 진자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대신, 당신은 그저 몸 또는 신체 부위의 총합으로 취급받는다. 심하게는 당신의 몸은 그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무언가로 취급받는다.
...자신의 매력이 언제나 다른 사람의 외모 평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는 못생겼다는 말이 어떤 모욕보다도 여성에게 상처를 주는 이유다.
시간과 돈은 권력의 필수적인 원천이며 자유의 원천이기도 하다.
외모 강박은 단순히 여성의 정신적, 정서적 건강만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도둑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여성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돈과 시간을 너무도 자주 앗아가 버린다.
놓치 못했던 코르셋마저 벗어 던졌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김지영씨는 대한민국 여성의 현재이자 과거이다. 김지영씨가 없는 미래를 꿈꾼다.
...딸이 살아갈 세상은 제가 살아온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되어야 하고, 될 거라 믿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딸들이 더 크고, 높고, 많은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직 두 사람
김영하
김영하 작가의 단편집 '오직 두 사람'
나는 단편집의 제목이자 첫 이야기인 '오직 두 사람'이 제일 여운에 남았다. 아버지가 편애하는 딸의 이야기인데 둘의 관계가 신선했다. 그동안 봐왔던 소설에서는 스토리 상 가정에서 갈등이 있다면 대부분은 아들을 편애하는 부모와 혐오받는 딸 사이의 갈등이나, 가정 내 동성 연장자와 자식들 사이의 갈등(예를 들자면 할아버지와 손자, 엄마와 딸)이 였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좀 다르다. 자식을 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따르는 유일한 자식인 딸이 등장한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제 속의 남성이다. 자식이 언제나 자신의 말에 복종하기를 바란다. 자신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식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게 되거나 떠날까봐, 자식을 그가 제공하는 영역에서만 살게 한다. 여행 중에 낯선 이와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혼냈던 것은 아버지의 이런 사상을 잘 보여준다. 딸은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구속을 받으며 살아왔다. 어릴 때는 마냥 좋아했으나 아버지가 늙고 자신이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되면서, 아버지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한다. 결국에는 다시 아버지의 곁으로 돌아가지만 말이다. 이제라도 그가 아버지를 떠나서 주관대로 살기를 바랐으나, 어떤 마음으로 선택을 한지 알 것 같아서 그저 안타까웠다. 이런 심정을 공감하는 딸들이 많겠지. 아버지가 없어졌을 때는 과연 어떻게 살게될까.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몇 작품은 등장인물들이 너무 찌질하기도 하고...아무튼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영하 작가 책은 처음 읽어봤는데 문체가 김영하 작가의 말투와 너무 닮아서 마치 작가가 서술자인 것처럼 느껴진다.
아가미
구병모
물에 빠져 아가미를 가지게 된 아이와 그를 발견해서 키운 아이의 이야기.
구병모 작가만의 독특한 톤이 좋다. 절망적인 현실에 판타지 요소를 결합해서, 비극이지만 환상적인 분위기를 낸다. 이런 동화같은 분위기 때문에 전작인 위저드 베이커리가 꽤 충격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필독서로 지정되지 않았을까.
폐가 있다고 해서 숨을 쉴 수 있는 게 아니며, 우리 모두 아가미 같은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작가의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런 말을 강하와 곤의 이야기로 전하려고 했다니.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대단하다.
다음에는 정말 이런 일이 있으려야 있을 수도 없겠지만, 또다시 물에 빠진다면 인어 왕자를 두 번 만나는 행운이란 없을 테니 열심히 두 팔을 휘저어 나갈 거예요. 헤엄쳐야지 별수 있나요.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언제나 그랬듯이 언어는 늘 행동보다 느리고 불확실하며 애매모호하다.
과거의 기억을 상실하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게 되고 미래 기억을 못하면 나는 영원히 현재에만 머무르게 된다. 과거와 미래가 없다면 현재는 무슨 의미일까. ... 레일이 끊기면 기차는 멈출 수밖에.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오직 한 가지에만 능했는데 아무에게도 자랑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자긍심을 가지고 무덤으로 가는 것일까.
사람들은 악을 이해하고 싶어한다. ...이해할 수 없으니까 악이지.
치매 노인이 서술자인데 이상할 정도로 술술 읽힌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빠르게 달리던 기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급정거한다면 이럴까. 책은 빠르게 넘어갔고 엔딩은 순식간에 다가왔다. 엔딩을 맞은 나는 한 방 먹은 사람처럼 벙벙했고 혼란스러웠다. 꽤 오랫동안이나. 보이는 게 다가 아니였고,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진실이 아니었으며, 그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되었다. 치매 노인은 주인공이 아니라 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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