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 리마스터링을 보고
- 왕가위 감독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 리마스터링 개봉 소식이 들릴 때부터 기다리다가 봤음
- 여러 사진을 찢어 붙인 듯한 빈티지한 포스터가 정말 영화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
- 보통의 영화가 씬과 씬이, 시퀀스와 시퀀스가 매끄럽게 이어져 하나의 큰 이야기를 향해 감
- 중경삼림은 그런 느낌은 아니고 여러 영상을 콜라주한 느낌이기 때문
- 왕가위 특유의 연출
- 처음 볼 때 그 분위기에 홀린듯이 봤음
- 흔들리다 못해 혼란스러운 영상도, 빈티지한 색감도, 어지러운 홍콩 거리도, 독특한 인물들도, 낯선 형식까지도 너무 매력적이었음
- 너무 홀린 나머지 홍콩에 가려고 종강 직후 제일 빠른 홍콩행 비행기를 찾아봤음
- 홍콩 가면 꼭 할 일이 캘리포니아 드림 들으면서 홍콩 거리 걷기였으며
- 왕페이를 보고 잊었던 삭발의 꿈을 떠올리기도 함
- 정말...내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기의 홍콩이 그리웠음
- 이번에는 첫번째 만큼 감명 받지는 않았음
- 그렇지만 다른 관점으로 영화를 보게 됨
- 이런 맛으로 같은 영화 여러 번 보는 거지
- 처음 봤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나는 두번째 왕페이와 양조위의 에피소드를 더 좋아함
- 그래서 두번째 에피소드에 집중해보려고 함
- 사실 처음에는 두번째 에피소드가 이해가 되지 않았음
- 현실에서는 범죄 아닌가...
- 하지만 홍콩 반환을 앞두었다는 개봉 당시 시기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 에피소드가 이해가 됨
- 이번에 볼 때 '전 애인들=영국, 양조위=홍콩 사람, 양조위 집=홍콩, 왕페이=중국 사람'을 나타낸다고 생각했음
- 그 당시 홍콩을 떠올려본다면, 왕페이가 양조위 집에 무단 침입해 전 연인의 흔적이 담긴 물건을 바꾸는 행위는 홍콩 사람들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중국의 영향력을 행세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음
- 양조위의 '겉모습이 바뀐줄 알았는데 내면은 그대로'라는 대사는 '중국에 반환되어 외형은 조금 변했을지 몰라도 여전히 내면은 홍콩인이다'라고 받아들임
- 약속을 잡는 날 양조위가 전 애인의 흔적을 정리하고 왕페이가 가져다 둔 옷을 입는 장면은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 영국 영향을 지우고 중국의 외향을 갖추어나가는 상황이라고 해석함
- 영화만 본다면 왕가위 감독은 홍콩 반환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았던 것 같음 - 첫번째 에피소드와 두번째 에피소드는 공통적으로 전 애인 측에서 이별을 통보하고, 남성들(금성무/양조위)는 미련을 가지나 곧 새로운 사람을 사랑하게 됨 -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금성무의 음성 사서함 비밀번호(?)는 '만 년 동안 사랑해'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헤어진 연인에게 매달리지만 곧 임청하를 사랑하게 되는 모습이나,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양조위가 전 애인을 좋아했다고 말은 하지만 그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도 모를만큼 관심이 없는 모습, 마지막에 양조위가 돌아온 왕페이를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을 봤을 때 - 즉, '홍콩은 영국을 사랑하지만 영국이 떠나서 이별한다.(반환된다.) 홍콩이 영국을 사랑했다고 하지만 사실 홍콩은 영국을 진실로 사랑하지는 않았다. 영원히 영국령일 수는 없다. 이전의 영국을 잊고 새로운 중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지 않나... - 개인적으로 영화를 그렇게 받아들였다는 말이고 실제로 왕가위 감독이 그랬는지는 모름
- 감상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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