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에 본 영화 간단 후기

 

 

1. 레베카

히치콕의 '레베카'를 봤다. 이전에 그 유명한 뮤지컬 레베카 영상을 몇번 돌려본터라, '맨덜리 저택의 관리인인 댄버스가 전 주인 레베카를 잊지 못하고 '나'를 새로운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정도의 스토리는 알고 있었다. 그게 극의 전반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와 댄버스 부인 사이의 갈등은 댄버스 부인과 레베카 사이의 갈등을 이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단계일 뿐이었다. 

영화에서 레베카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제목이 레베카인 이유는 간단하다. 레베카는 모든 갈등의 시초이다. 이 영화에서 모든 일은 레베카에서 시작되어서 레베카로 끝난다. 화면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까. 사랑에 기반한 집착이었을까 아니면 주인을 향한 과도한 충성심이었을까. 

나중에 뮤지컬로도 보고 싶다.

 

 

2. 매드맥스: 분노의 질주

매드맥스 미쳤다. 영화를 본 후 내뱉은 내 첫마디다. 머리가 짜릿해지는 영화다. 완성도 있는 액션과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가졌다. 뭐 하나 촌스러운 장면이 없어. 

보통 액션 영화는 남성이 메인 캐릭터다. 남성 캐릭터가 액션을 하는 주체이고 여성 캐릭터는 남성이 행동하는 동기나 조력자로 사용된다.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제목과 오프닝 씬 때문에 맥스가 리드 롤처럼 보이지만 영화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는 단연코 퓨리오사다. 영화 내용은 억압받던 존재들이 지배 구조를 파괴하고 자유를 찾는 것이다. 퓨리오사는 남성 지배 시스템에서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결국은 이루어 낸다. 퓨리오사는 영화의 주제를 실현하는 존재이며 맥스는 그 과정을 함께하는 동료(조력자)이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낙원이 제3의 공간이 아닌, 그들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했던 시타델이다. 시타델로 돌아가자는 계획이 세워지면서 질주의 목표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존재 여부 조차 모르는 희망의 장소로 가기 위해서 막연히 질주했다면, 계획을 수정한 후에는 가시적인 목표가 생겼다. 그에 따라 임모탄을 대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시타델에서 탈출할 때는 임모탄의 공격에서 벗어난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시타델로 돌아갈 때는 임모탄에게 적극적으로 맞대응한다. 시타델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퓨리오사와 전사들에게 임모탄은 필연적으로 제거해야되는 존재가 된다. 퓨리오사와 일행은 아예 지배 시스템을 파괴해버리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결심한다. 천국을 찾기보다는 스스로 천국을 만들기를 결정한 것이다. 나도 아차 싶었다. 현실에서는 나도 지배 시스템의 전복을 바라면서도 정작 영화를 보면서는 그들이 천국에 도달하기를 바랐다. 

영화는 퓨리오사와 맥스가 눈빛을 주고 받은 후 맥스가 군중속으로 사라지면서 끝이 난다. 맥스는 처음부터 지배 구조에 반발해서 합류한 것이 아닌데 지배 구조를 파괴한 사람이 된다?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 이 평화는 오직 퓨리오사와 일행들이 가져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엔딩. 맥스가 자기 분수 잘 파악했다. 

퓨리오사 팔이 한쪽 없는 이유, 시타델로 납치 당한 후 현재까지 성장한 스토리, 이모탭의 신부들이 탈출 전 겪었던 대상화, 맥스가 합류한 이유 등의 장면을 굳이 넣지 않았다. 감독은 깔금한 스토리를 위해 메인 스토리와 상관 없는 이야기를 배제한 것이겠지만, 부연 설명이 없어서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강인한 캐릭터를 안타까워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퓨리오사라면 내 인생 전부 맡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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