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에 본 영화 간단 후기
1. 올드 가드
쉬는 김에 샤를리즈 테론 필모 부수기로 했다. 제일 최근 영화부터.
여기서도 샤를리즈 테론은 멋있다. 최고다. 샤를리즈 테론 눈빛에 치얼스...☆
영화의 핵심 인물은 죄다 여성이다. 그들은 다양한 모습을 했다. 조직의 리더는 백인 여성, 조직을 위험에서 구하는 사람은 흑인 여성, 리더와 깊은 유대감을 쌓았던 인물도 동양인 여성이다. 이 동양인 여성은 다음 편에 주인공과 대립하며 극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서구권 영화에서 동양인 여성은 주로 오리엔탈리즘에 전 감초 역할을 한다. 이 영화는 동양인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볼 수 없으며 그를 극의 핵심 인물, 특히 주인공과 적대적인 관계로 그린다. 순전히 그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해서 다음 편이 기대된다.
리더를 중심으로 조직원 간의 관계성도 좋았다. 다만 스토리는 좀 아쉽다. 이런 소재를 좀 더 흥미롭게 녹여낼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싶어 한 것 같다. 차라리 드라마가 좀 더 낫지 않았을까. 누가 불멸의 SWOT 분석 보고서라는데 어느 부분에서는 공감이 간다.
2. 싸이코
클래식은 클래식이다. 이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예전에 영화 수업을 들을 때였다. 영화사를 배우면서 이 샤워신을 감상했다. 그때는 이 씬이 유명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전체를 보고 난 지금은 이해가 된다. 평화롭다 못해 무방비한 샤워 장면에 기괴한 배경음악을 넣는데 긴장을 안 할 수가 있나.
범죄의 이유도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공포스러운 사건에 많이 노출되기도 하고 워낙 이런 콘텐츠가 많기도 하니까 엄청 긴장하면서 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때의 관객이라면 충격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초반에 나오는 경찰관이나 중고차 판매 사원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형적인 스토리 전개에 익숙해져 있나 보다.
편집이나 카메라 구도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몰입을 깨는 부분도 없었고 촌스러운 부분도 없었다. 지루하지만 작품성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그 편견이 깨지는 중이다. 영화 강의에서 언급되었던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다.
3. 밤쉘
여성 서사 영화. 연출이 보통의 영화와는 달랐다. 자막으로 인물 소개를 한 점과 실제 영상이 중간중간 삽입된 점 때문에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 보는 것 같았다.
연기에도 구멍이 없다. 특히 마고 로비가 성추행 사실을 밝히면서 우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이 장면은 진짜 넉 놓고 봤다.
여성들 간의 연대도 좋았다. 고소를 하는 이유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는 대사와, 예전의 침묵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보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후자는 피해자 탓한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다른 여성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용기를 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중간중간에 빻은 말 나오는데 현실적이라서 육성으로 욕 할 뻔했다. 답답한 일만 생기는 요즘 징악 결론은 한 줄기 사이다였다.
4. 색계
원제는 '계색'인데 어감 때문에 한국에서는 '색, 계'로 개봉했다. 계색. 경계하고 탐한다. 이보다 잘 어울리는 제목이 있을까. 두 사람이 서로를 경계했다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고 그의 손에 죽는 결말까지. 매력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공감할 수는 없었다. 주인공이 식민 지배에 저항하는 여자와 식민 지배에 앞장서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신념'이 반대였다면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일본의 식민 지배 시대...매국노가 죽여...내 정서 상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정도로 생각할 수 없다. 우리나라 영화였으면 욕 엄청했을 것 같다.
별개로 왕 치아즈는 불쌍해 죽겠다. 대의라는 이름 하에 매번 남자들에게 희생만 됐다. 수단밖에 더 됐나...적을 살리고 친구들을 죽음으로 몰지만 그 아무도 치아즈를 욕 할 수 없다.
탕웨이는 왕 치아즈 그 자체다. 중화권 배우를 잘 모르긴 하지만 탕웨이가 아닌 왕 치아즈는 상상을 못 하겠다. 눈빛 연기가 걍 미쳤음...
양조위는 초반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정사씬에서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정사씬은 강압적이고 폭력적이었다. 보는 내내 불쾌했다. 남자가 아직은 여자를 경계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장면임을 알지만 이렇게 표현해야 했을까. 의문이 든다.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그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전처럼 그의 영화를 즐기지는 못할 것 같다.
이 영화 보고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고민하게 된다. 여성 불행 포르노라는 생각도 들고.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사랑이 도대체 뭐길래 그 사람 대신 나를 죽게 만드는 걸까. 어떻게 그렇게까지 행동할 수 있는 거지. 여전히 이해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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