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에 본 영화 간단 후기

 

 

1. 올드보이

올드보이를 보고 확실히 느꼈다. 박찬욱 작품은 나랑 안 맞다고. 작품이 음침하고 음습하다. 인간의 밑바닥은 어디까지인지 시험하는 것 같다. 그게 역겹고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보면서 너무 기분이 더러웠다. 피폐한 것과는 또 달랐다. 인간의 존엄성이라고는 없는 고어물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일본과 관련된 것들을 영화에서 은근히 보여줘서 반감이 들었다. 올드보이에서는 강혜정이 굳이 일식집에서 굳이 기모노를 입고 일한다. 건물 내부도 굳이 일본식으로 해놓았다.

아가씨는 일본 영화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굳이 주인공을 일제강점기 친일파 귀족으로 설정해서 일본어, 일본식 건물, 일본식 복장을 아주 당당하게 보여줬다. 일제강점기의 우리 민족의 처절한 저항은 온데간데 없고 로맨틱한 시기로만 비췄다. 물론 일제강점기에 민족의 저항만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제강점기가 가지는 정서가 있는데 그걸 싹 무시하고 단순히 로맨스 배경으로 쓰이는 게 싫다. 그럴거면 굳이 일제강점기로 설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이게 일본 미화 아니면 뭐람...
정사 장면도 전형적인 맨
게이즈라서 보기 불편했다. 여자는 언제까지 그렇게 소비되어야 하나.

 

 

2. 워터 릴리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화를 찍은 감독의 작품이다. 청소년들의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섹슈얼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담백한 청소년 영화였다.

영화 내내 좋아하는 게 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는 플로리안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걸 넘어서 집착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플로리안의 모든 것을 가지고 싶다. 플로리안이 남자랑도 엮이지 않기를 바란다. 플로리안의 부탁이라면 다 들어준다. 심지어 플로리안이 남자친구와 데이트 할 때 이용당하기도 하고 남자와 첫 경험을 하기 위해 연습을 도와주기까지 한다. 이런 사건을 겪지만 결국에는 플로리안과 마리가 이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뜻밖이었다. 플로리안이 파티에서 남자에게 다시 관심을 보였을 때 마리의 표정은 지치고...복잡해 보였다. 

마리 친구 안나에게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안나는 학교 핫가이를 좋아해서 나름대로 관심을 표한다. 핫가이는 마음은 받아주지 않지만 섹스 상대가 필요할 때 안나를 찾는다. 안나는 핫가이의 섹스 상대로 만족한다. 그렇게라도 자기에게 관심을 주는 게 좋으니까. 이 부분이 10대 여자 아이를 가장 잘 나타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파티에서도 안나를 찾는다. 정말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그놈을 끊어내라고 말하고 싶었다. 

둘은 그런 경험 후에 파티에서 나와 수영장에 떠 있는다. 파티에서 마리와 안나는 마음의 정리를 한듯하다. 더이상 각자의 상대를 향한 격렬한 감정은 없다.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수영장의 물은 잔잔하다.

감독은 마리의 내면을 나타내는 장치로 수영장을 사용했다. 플로리안을 보고 격렬한 감정을 느낄 때 수영장 물은 싱크로나이즈로 강하게 일렁거렸고 플로리안에게 빠졌을 때는 마리의 온몸이 수영장에 푹 잠겼다. 플로리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마음에 평온을 찾았을 때는 수영장도 잔잔했다. 마리의 감정을 수영장으로 표현한 점이나 동네 모습이 등 미장센도 예뻤다. 음악은 마리의 심장박동이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영화다. 잔잔하고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그게 현실 아니던가. 앞 10여분을 못본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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