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즈에 다녀온 사람처럼 보이세요?
뮤지컬 위키드 두번째 관람
210527 위키드 옥정페어, 드림씨어터 1층 중블 17열
드림씨어터 포토존, 시야, 음향 후기
*스포 주의*
1. 계기
3월에 오즈에 다녀온 이후 위키드에 진심이 되었다. 피켓팅을 뚫고 오즈행 티켓을 구해서 5월에도 오즈에 갔다. 이번에는 바라던 대로 1층으로.
2. 공연장
드림씨어터는 BIFC 건물 3층에 위치해 있다. 사진을 보면 실외이길래 외부에서 바로 드림씨어터로 가는 길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BIFC 건물 1층에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3. 캐스팅
옥주현, 정선아, 서경수, 이상준, 이소유, 이우승, 전민지, 이규형, 앙상블
캐스팅 보드가 작았다.
4. 공연 전
내가 간 회차는 3층 일부를 제외하고 매진이었다. 그래서 사람이 진짜 많았다. 실내가 좁아서인지, 서울 공연보다 사람 많아보였다. 나는 공연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다. 오페라 글라스는 아직 대여가 가능했지만 티켓 수령하고, MD 구매하고, 포토존에서 사진까지 찍는다면 절대 여유로운 시간은 아니다. 나는 공연 시작 직전에 자리에 앉았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가면 티켓 부스, 포토존, 엠디 부스가 있다. 먼저 티켓부터 찾았다. 티켓은 신분증 혹은 예매번호와 휴대폰 번호까지 확인 후 수령 가능했다. 나는 재관람 할인을 받았던 터라 이전에 관람한 티켓까지 확인했다. 확인이 끝나면 이전 티켓 뒷면에는 마법사가 빗자루 타고 날아가는 모양의 도장 찍어준다. 이런 디테일이 덕후를 설레게 한다.
그리고 예매처 별로 티켓 봉투가 달랐다. 인터파크는 다들 아는 그 흰색 봉투인데 드림씨어터에서 예매한 티켓은 봉투가 초록색이면서 글린다가 엘파파 귀에 속삭이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거 알았으면 드림씨어터에서 예매했을 텐데.
티켓 수령 후 MD를 추가로 사러 갔다. MD 부스는 티켓 부스 맞은편에 있다. 여기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10분 정도 줄 서서 기다렸다. 이번에 구매한 건 프로그램북, 마그넷, 디파잉 그래비티 뱃지다. 저번에 안 샀다가 눈에 어른거리는 것만 샀다.
포토존은 전층에 있다. 1층에는 출입구, 티켓 부스와 엠디 부스 사이, 입구 오른쪽에 포토존이 있다.
1층 티켓 부스와 MD 부스 사이 포토존. 1층이고 메인에 있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여기서 찍는다고 20분 기다렸다.
입구에서 오른쪽(티켓 부스 반대쪽)으로 가면 타임드래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드림씨어터는 화장실로 가는 통로가 공연 중인 뮤지컬 테마로 꾸며져 있다. 화장실 앞이라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 단독 사진은 찍기 쉽지 않다.
2층은 작은 포토존이 있다. 입구와 같은 사진이다.
3층에는 주요 캐스트 현수막이 걸려있다.
드림씨어터에는 오즈존, 스탬프, 엘파바와 글린다의 드레스 전시가 없어서 아쉬웠다. 스탬프 찍으려고 일부러 다이어리도 챙겨갔는데.
오즈존과 스탬프는 아래 글에서 볼 수 있다.
5. 공연 후기
두 번째 관람이지만 시작할 때 심장 터지는 줄 알았다.
오프닝 곡 시작하자마자 놀랐다. 지방 공연이라 당연히 MR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했다. 지방 공연이란 으레 주말 딱 이틀만 공연해서 캐스트 선택권이 없고, 어쨌든 주말에 공연한다고 티켓 값은 주말 가격 다 받지만 MR로 진행된다. 지방러는 짜증나지만 공연 보기 힘드니까 참고 가는 거고. 위키드는 지방 공연 치고는 기간이 길어서 오케를 쓴 것 같다. 그래도 신경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한 달 공연하면서 오케도 없으면 성의 없는 거지.
*
이번 회차는 옥정 패어였다. 엄청 기대했는데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역시 경력자들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옥주현 공연은 처음 봤는데 노래 강약 조절이나 무대 장악력, 감정 표현이 정말 미쳤다. 괜히 뮤지컬계 탑이 아니다. 영상이 미쳐 못 담는 파워가 있다. 특히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랑 노굿디드(No Good Deed)에서 저런 면이 가장 잘 드러났다. 둘 다 숨도 못 쉬고 봤는데, 디파잉 그래비티는 '와 엘파바는 아무도 못 막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하게 부른다. 얼마나 강렬하냐면 인터미션 때 다들 벙쪄서 미쳤다는 말 밖에 안 한다. 노굿디드는 엘파바의 광기와 절규가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그 감정에 정말 압도된다. '노굿디드가 이런 넘버였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거 진짜 고화질로 박제해야 한다. 샤샥할 때는 그저 고장난 사람 같았는데.
정선아는 역시 정선아다. 이번에도 너무 잘한다. 야망 넘치는데 푼수 같은 사랑스러운 글린다 그 자체였다. 서울에서 본 회차와 이번 회차의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 회차가 부산 공연이라서 글리다가 극 중간중간 사투리를 썼다는 점이다. 기억에 남는 건 파퓰러 부를 때 '감사합니데이~'. 말고도 몇 개가 있었는데 진짜 너무 귀여웠다. 관객들도 다 환호하고. 이렇게 배우랑 소통을 하니까 현장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폴굿(For Good)은 첫 관람 후 내 최애곡이 됐다. 이번에도 역시 눈물 좔좔 흘리면서 봤다. 서로가 서로에게 깊은 존재가 됐는데 그 관계의 끝이 보이는 게 너무 슬펐다. 정글린다 코 훌쩍이면서 얼굴 만지고 엘파바도 얼굴 닦아준 거 보면 이때 글린다 진짜로 운 것 같다. 그래도 음정 흔들림 하나 없이 공연하는 정선아 진짜 프로다. 찾아보니까 정글린다가 아니라 옥파바가 울었다고 한다. 역시 앞자리를 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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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파바와 옥파바를 다 봤지만 두 배우 다 정말 좋았다. 세 번째 공연은 아무나 가도 상관없을 정도로 좋았다. 배우가 다르니 해석은 당연히 달랐다. 옥주현은 묵직한 중저음이라 20대 대학생 같았다. 1막과 2막 사이에 시간이 꽤 흐르는데 옥파바는 시간이 지나서 조금 더 성숙해진 2막과 더 잘 어울렸다. 또 2막은 조금 더 어두운 분위기이고 인물의 감정 변화가 큰데 그 감정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손승연은 목소리가 하이톤이라 딱 10대 고등학생 같았다. 차별받지만 위축되지 않고, 패기 넘치면서 동시에 풋풋한 느낌이 있어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인 1막에 찰떡이었다. 둘 다 다른 매력으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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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관람을 하면서 첫 번째 관람에서 놓친 부분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 첫 관람을 같이 간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친구도 내가 이번에 얘기해줘서 처음 알았다고 했다. 아마 좌석이 멀어 안 보여서 그런 거 같다. 이래서 앞자리를 가야 한다니까.
또한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되었다. 위키드는 엘파바의 이야기라서 처음 볼 때는 엘파바에 중심을 두고 봤다. 이번에는 글린다 캐릭터에 눈길이 갔다. 글린다는 정의보다는 야망과 관심 받기와 관련이 크던 사람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친구가 고난을 겪는 걸 지켜보면서 정말 선한 글린다가 된다. 위키드에서 그 누구보다 성장한 인물이다. 정선아가 오디션에서 엘파바, 글린다 두 배역에 다 합격했는데 왜 글린다 역을 선택했는지 알 것 같다.
*
드림씨어터는 뮤지컬 전용 극장이라는 수식어를 쓰려면 음향을 더 신경 써야 할 듯싶다. 두 명 이상이 동시에 노래하면 소리가 물려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봤을 때 가사 잘 들린 거 생각하면 출연진들의 발음 문제가 아니라 여기 음향 문제인 거 같다.
그리고 블루스퀘어보다 무대가 가로로 짧은 느낌이다. 위키드의 웅장함을 담기에는 너무나 작다.
내 좌석은 17열이었고 1층 3/4 지점이었다. 오케스트라석이 있어도 생각보다 가까웠다. 물론 그전에 내가 3층을 다녀와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눈에 힘을 주면 배우 표정은 가까스로 보인다. 무대 양 옆의 벽까지 한눈에 보이고 타임드래곤은 눈에 걸리는 정도이다. 배우 동선 때문에 고개를 돌려야 하는 일은 잘 없다. 드림씨어터 홈페이지에서 좌석 별 시야를 확인할 수 있다. 양 옆에 벽을 설치해서 그런가 조금 더 멀어 보였다.
단차는 2열마다 크게 있다. 예를 들어 15열 16열은 단차가 크게 없고, 16열과 17열은 단차가 크고, 17열과 18열은 단차가 작고, 18열과 19열은 단차가 크고 이런 식이다. 좌석이 지그재그로 배치되어 있어서 앞사람 머리 때문에 시야가 방해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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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뮤지컬을 봤지만 위키드 이번 회차가 역대급으로 관객 반응이 좋았다. 사람들 열기가 그냥 미쳤다. 유머 포인트에서 다 같이 웃고 다 같이 울었다. 공연 끝나고 기립 박수 쳤다. 두 번째 커튼콜 때 옥파바가 샤샥 해줬다.
근데 서울도 그렇고 육성 환호 심해서 놀랐다. 이 공연에서 확진자가 안 나온 것도 아닌데... 대구는 조심하는 분위기라 박수만 열심히 치고 주최 측에서도 육성 응원은 조심해 달라고 한다. 이것처럼 공연장이나 제작사에서 안내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분명 전에는 1층 17열도 엄청 만족했는데 여기서 한번 보니까 고속도로 앞에서도 한번 더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다음 주는 2층이라 더 멀어지지만 동생과 함께 오즈에 가는 데 의의를 두려고 한다.
지금 이 모든 순간들을 기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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