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오즈 여행
뮤지컬 위키드 세번째 관람을 하고
210606 손나 페어, 드림씨어터 2층 중블 3열 후기
*과몰입 주의*
*스포 주의*
첫번째, 두번째 오즈 여행 후기👇
1. 계기
첫 여행 직후부터 동생과도 꼭 같이 오고 싶었다. 동생에게 같이 가자고 졸랐고 두 차례의 애원에 가까운 설득 끝에 오즈행 티켓을 예매했다. 이러려고 돈 버는 거지. 이날은 손나 페어였다. 손승연 배우은 첫공 이후 믿보손이었고, 나하나 배우도 잘한다는 얘기가 많아서 마음 편하게 갔다.
2. 목적지
3. 캐스팅
손승연, 나하나, 진태화, 이상준, 김지선, 이우승, 전민지, 임규형, 앙상블, 스윙
4. 여행 전
동생이 MD 구매나 사진 촬영에 욕심이 없어서 티켓만 찾으면 됐다. 그래서 여유롭게 점심 먹고 오즈로 출발했다. 30분 전에 도착했더니 벌써 입장을 하고 있었다. 주말 낮 공연이라 연령층이 다양했는데 평일 공연보다 확실히 가족 단위나 장년층이 많았다. 이전에 배우들의 디테일한 표정 연기를 못 본 게 두고두고 아쉬워서 이번에는 오페라 글래스도 빌렸다. 수량이 넉넉한지 우리도 빌릴 수 있었다. 우리 자리는 2층 3열이었는데 엄청 멀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내가 3층을 다녀와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1층 17열보다 조금 더 멀고 높았다.
5. 여행 후기
세번째 여행이었지만 17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볼 때마다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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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파바는 자첫(자체 첫 공연을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이후 믿보가 되었다. 이번에도 최고,,
나글린다는 이번에 처음 봤다. 잘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노래도 깔끔했고 연기도 좋았다. 초반의 글린다는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이 아니다. 엘파바에게 짓궂게 굴기도 하고... 약간 재수 없다.(영어로 표현하자면 mean) 이때 짝다리 짚는 디테일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for good에서 감정이 미쳤다.
*
오즈 여행 중 세 번의 눈물 고비와 한 번의 눈물이 있었다. 내가 이렇게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인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오프닝 하자마자 1차로 울컥했다. 밝고 웅장한 분위기인데 그냥 울컥했다. 글린다 등장할 때 2차로 울컥했다. 그전에는 그저 당당하게 엘파바의 최후를 선포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친구를 떠나보낸 슬픔이 묻어나서 감정이 북받쳤다. 엘파나 등장할 때 3차로 감정이 올라왔다. 전혀 그런 타이밍이 아닌데 말이다. 진짜로 눈물을 흘린 건 for good. 이거 듣고 어떻게 안 우냐고요... 나글린다랑 같이 눈물 좔좔 흘렸다. 사실 좔좔까지는 아니지만. 오글로 배우들 표정까지 세밀하게 볼 수 있으니까 더 감정 이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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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쩌다 위키드에 이렇게 진심이 되었을까. 생각을 해봤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과 다르기 때문이다. 주연 배우부터 그런 면이 잘 드러난다. 리드롤이 여성 두 명이다. 대개 뮤지컬은 남성 인물 중점적으로 진행된다. 여성은 남성 위주 공연에서 연인이나 엄마 역할에 그친다. 남성 위주 내러티브에 질릴 때쯤 내 인생에 위키드가 등장했다. 여성이 리드 롤인 경우도 드문데 여성 원톱도 아니고 투톱 극인 데다가 주연 캐릭터 둘 다 야망 있고 진취적이면서 입체적이다.
주제도 여성의 우정이다. 기존의 미디어에서 여자의 우정은 남성과의 사랑 앞에서는 쉽게 깨어지는 것, 여성 친구들은 앞에서는 친한 척하지만 뒤에서 욕하는 인물로 묘사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위키드에서는 여성의 우정을 그렇게 단편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솔직히 우정이 둘의 관계에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처음에는 서로 밥맛이라고 부를 만큼 싫어하지만 어떤 계기로 유대감을 쌓는다. 둘은 어느덧 엘파바에게 아주 중요한 일을 하러 같이 에메랄드 시티에 갈 만큼 친밀한 사이가 된다. 이후 둘은 추구하는 바가 달라서 헤어지게 됐지만 여전히 서로를 생각하고, 응원하고, 서로의 행복을 빈다. 피에로나 기타 문제 때문에 사이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글린다는 엘파바를 돕는다. 애정 문제가 있지만 연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서로를 아낀다는 점, 이렇게 여성의 관계를 다면적으로 다룬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관계성은 인물이 둘 다 여성이라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극 내내 피에로가 엘파바와 글린다 사이를 갈라놓은 훼방꾼처럼 느껴졌다. 딱 잘라서 자기 감정을 표현하든가. 지가 모호하게 굴어서 괜히 둘이 싸우게 만들어. 모두가 기피하던 엘파바와 처음으로 유대감을 쌓은 사람이 글린다라는 점만 봐도 엘파바와 피뭐시기보다는 (슬프게도 뜯어보면 둘의 서사도 있지만) 엘파바와 글린다가 사랑이라는 게 더 납득이 가지 않냐고. 아니 어쩌면 둘은 사랑보다 깊은 사이가 아닐까. 다시는 볼 수 없지만 이별은 아니다. 서로가 서로의 심장에 남았으니까.
마지막으로 엘파바를 기존의 '마녀'와 다르게 해석했다. 보통 마녀는 이야기의 처음부터 악해서, 주인공을 해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위키드에서는 우리가 그렇게 인지하게 된 데에는 모종의 이유가 있었음을 보여줌으로써 마녀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넘버나 화려한 무대도 있지만 여성 서사, 캐릭터의 관계성이 너무 좋아서 회전을 돌았다. 스토리는 약간 납득이 안되는 부분도 있었다.
*
시야는 1층 17열보다 조금 더 멀고 높은 정도였다. 17열에서는 무대와 사이드 벽이 한 눈에 꽉 차는데 2층 3열은 양 옆이 여유가 있다. 개인적으로 1층 뒷자리보다는 2층 앞 열이 더 나은 것 같다. 2층 1열은 시야 방해가 있다고 하지만 3열은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음향은 저번보다 나았으나 위가 뚫린 2층이라 그런건지 조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앙상블에서는 명확하게 들리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주말 2, 3층이라 관크가 있었다.
이로써 나는 자체적으로 위키드 삼연의 막을 내렸다. 옥나 페어로 한 번 더 가서 모든 페어를 돌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참...지갑 사정이 안 따라준다. 처음에는 단지 유명한 공연, 충동적으로 예매한 공연일 뿐이었는데 어느새 세 번이나 갈 정도로 진심이 되어버렸다. 위키드는 그 자체로 오즈마이갓한 공연이지만 첫공을 친구와 봐서 감정적으로 더 와닿았다. 사연도 그 친구랑 보러 가기로 했다. 그때는 돈 벌어서 페어 별로 회전 돌기로 했다. 그러니까 멀지 않은 날에 좋은 배우, 좋은 공연장으로 다시 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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